조승수 진보신당 의원과 경주환경연합 등 경주지역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주 방폐장 부지 지질 안전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경주 방폐장 부지조사 뜯어보니
2005년 4곳 뚫어 ‘불량 이하등급’ 59~82%
저장고 예정터도 암반상태 9등급 중 5등급
“넓은 연약대 없다”던 정부 논리 근거부족
2005년 4곳 뚫어 ‘불량 이하등급’ 59~82%
저장고 예정터도 암반상태 9등급 중 5등급
“넓은 연약대 없다”던 정부 논리 근거부족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예정지에 대한 2005년 당시 지질조사 내용이 밝혀지면서 방폐장 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방폐장 터로 선정된 경주 봉길리 지역의 암반 상태가 방폐물을 처분하기 위한 터로 적합한지 여부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위원회’는 2005년 후보 부지 조사 때 △처분장의 기반암 또는 지층에 균열이 많고 광범위한 연약대 및 석회암이 존재하는지 여부 △핵종(양성자와 중성자의 수에 따라 달라지는 원자핵의 종류) 이동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활성단층 지역이나 그에 인접했는지 여부 등을 방폐장 제척사유(결격사유)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경주 봉길리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연약대나 석회암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는 방폐장 터로 선정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당시 조사보고서에는 암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2005년 후보 부지 조사 때는 시추공을 4개 뚫어, 각각의 암반 상태를 ‘매우 양호’부터 ‘매우 불량’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그 결과, 네 곳에서 ‘불량’과 ‘매우 불량’에 해당하는 암반 분포가 59~82%로 나타났다. 2005~2006년 사이 이뤄진 ‘처분방식 결정을 위한 보완조사’ 때 추가로 시추공을 뚫어 살핀 13곳에서도 3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암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4차 조사에 해당하는 ‘상세 설계를 위한 보완조사’에서는 방폐물이 저장될 저장고 근처의 암반도 대부분 전체 9등급 가운데 5등급 판정을 받았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연약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암반 상태”라며 “동굴 처분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어 부지선정위원회 등이 주관적으로 문제없다며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인현 박사(지질학)는 “조사보고서는 원래 9등급인 암반 평가를 5등급으로 만드는 등 암반 상태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상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암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이는 시공기술로 보강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용은 더 들겠지만 핵종 유출 위험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방폐물관리공단 쪽은 “1~4차 조사 결과는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검토에서도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객관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지질학계 의견도 엇갈린다. 진상조사단 활동을 했던 김교원 경북대 교수(지질공학)는 “한강 밑에도 터널을 뚫는 세상”이라며 “암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어떤 공법을 쓸지 결정하기 위한 것일 뿐, 처분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손문 부산대 교수(지질학)는 “경주 방폐장 부지는 굉장히 젊은 지층이 있는 곳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은 지질학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암반에 균열이 많아 지하수 유출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충기 서울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넉 달의 조사기간이 짧진 않지만, 시추공 4개만 뚫어서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이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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