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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블로그] 4대강 사업, 국민이 검증해보니

등록 2009-09-11 16:59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들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냐 누나야 강변살자 (김소월)"

국토에 대재앙, 식수 대재난-4대강 사업,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22조 예산의 대형 국책프로젝트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에서는 현재 국민의 의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국민들 스스로가 이 사업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내놓겠다는 취지로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발족되었다. 현재 검증단에서는 수문학, 하천복원과 보존, 문화재 보존 등 각 분야 전문가 강의 및 자문, 그리고 사업 대상인 4대강에 대한 현장답사를 진행 중이며, 9월 중으로 검증을 완료,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수와 가뭄 예방이 목적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여전히 운하 건설을 위한 사업이다, 임기 내 사업 완료를 목표로, 법․절차․여론을 무시한 채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 및 환경과 문화재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등 그동안 각종 보도자료, 언론매체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오던 중 ‘한강’ 검증단원으로 ‘4대강 국민검증단’에 참여하여 이러한 의문점들을 따져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우선, 검증단은 워크숍을 가지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예정된 보 건설과 준설은 홍수나 물 부족 예방과 무관하며, 오히려 홍수 시 피해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 수질에는 절대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보 건설과 준설의 필요성을 따로 설명할 수가 없다.

2) 사업에 요구되는 기술과 사업 방식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연구가 필요함에도 아무 대책이 없는 가운데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적절한 사전조사․연구를 거칠 경우 사업 예산은 더욱 더 증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3) 환경영향평가 및 문화재 조사가 부적절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 대상 지역의 환경․문화재․주민들의 삶에 대한 예상되는 사업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

그리고, 한강 검증단원으로서 남한강을 답사하고, 인근 팔당 유기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지답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 식수 기능을 하는 남한강물, 생업의 터전을 송두리째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몰린 유기농민들 등, 꼭 필요해서 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 사업 착수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할 중대 사항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백번 양보해서, 4대강 사업이 정부의 주장대로 홍수․가뭄․수질 등을 고려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사전 조사와 연구, 그리고 단계적 추진을 통해, 검증된 바가 없는 이 사업의 실패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이런 취지의 전문가 제언이 다수 제기된 바 있지만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

4대강 사업을 급히 추진하려는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두 개로 본다. 하나는, 현 대통령의 운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다. 그리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일부 정치가와 관료들, 경제적 이권이 걸린 일부 사업자들과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사업의 비민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나머지 하나는, 단기적 경기부양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우선 돈을 풀고 보자는 것이다. 이는 임기 내 경제성장이라는 치적을 목표로 한 업적주의의 소산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 정책 실패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단기 유동성의 빠른 증가로 인한 자산 거품의 후유증은 추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최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비민주적이고 반환경적인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모범 사업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 검토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 자료의 영문판에 불과한 문건으로서, UNEP가 그동안 쌓아올린 공신력을 의심하게 한다. 이제 비민주적, 반환경적인 4대강 사업이 녹색성장의 사례로서 국제사회에 널리 홍보되는 수치스러운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4대강을 중심으로 대대손손 한민족이 누려왔던 강변의 모래밭이,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의 상징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민족이 유구한 세월 강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여과기 구실을 해 왔던 모래밭이, 한 사람의 헛된 꿈 때문에 영원히 민족의 기억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제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조상들이 대대손손 그래왔던 것처럼 여름 한철 온 식구가 몰려가 손발을 담그며 물놀이하던 강가의 추억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된다. 그 자리를 콘크리트 옹벽들이 대신하게 된다. 4대강으로 대표되는 우리 국토의 이미지, 우리 국토의 정체성이 국민들의 동의도 없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영원히 바뀌게 된다. 이 사업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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