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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세계 생물 1500만 종, 더불어 함께 산다

등록 2009-09-18 17:39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북극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45년 뒤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북극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45년 뒤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칼럼] 다른 것이 아름답다(2)
때론 배은망득, 때론 보은하며 교묘한 공존
0.0005㎜인 바다 미물, 지구 산소 절반 생산
생물은 종류가 많을뿐더러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영국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가운데 하나인 큰푸른나비가 그런 예이다. 이 나비는 백리향이란 식물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백리향을 먹으면서 자라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흙바닥에 내려간다. 개미의 눈에 띄기 위해서다. 큰푸른나비 애벌레를 자기 알로 착각한 빨간개미는 물어간 애벌레를 정성껏 굴속으로 옮긴다. 그곳에서 애벌레는 개미의 애벌레를 잡아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물론 개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개미가 좋아하는 분비물을 내 개미를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큰푸른나비가 붉은개미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목초가 너무 웃자라 백리향이 자랄 수 없거나 붉은개미가 서식하기 곤란하면 안 된다. 주로 절벽의 초지 끄트머리에 있는 큰푸른나비의 서식지가 유지되려면 농부가 쳐놓은 울타리 너머로 토끼가 들어와 풀을 뜯어 먹어 줘야 한다. 실제로 영국에서 토끼 유행병이 번져 토끼들이 대거 죽자 큰푸른나비도 거의 멸종에 이른 적이 있었다. 풀을 뜯을 토끼가 부족하면 사람이 풀이 너무 무성하지 않도록 초지를 관리해야 한다. 결국 이 멋진 나비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적어도 붉은개미, 토끼 그리고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큰푸른나비는 우리가 알게 된 몇 안 되는 교묘한 생태적 상호관계의 예일 뿐이다. 생물 사이의 미묘한 상호관계는 사실상 대부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생물 멸종 몰아넣는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

프로클로로코쿠스.
프로클로로코쿠스.
요즘 지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를 꼽으라면 전문가들은 아마 예외 없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들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또한 생물들을 멸종에 몰아넣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고 있어, 생물다양성 문제가 지구환경문제의 핵심 과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의 생물다양성은 명백하게 점점 빨리 감소하고 있다”라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아킴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2006년도 멸종위기종 목록(적색목록)을 발표하면서 말했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평가로 받아들여지는 이 목록은 조사대상인 4만여 종의 동·식물 가운데 1만6119 종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엔 낯익은 북극곰, 하마, 상어, 민물고기가 포함돼 있다. 이 목록을 보면, 조사대상인 양서류의 3분의 1, 포유류와 침엽수의 4분의 1, 그리고 조류의 8분의 1이 멸종 위험에 놓여있다. 이번 평가에서는 북극곰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45년 뒤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처음으로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해양동물 가운데 상어와 가오리에 대한 광범한 평가가 처음 이뤄졌다. 그 결과 547종 가운데 20%가 멸종위기로 나타났다. 이들은 느리게 자라 남획에 취약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과 대만, 한국 등 아시아가 이들의 주요 소비지역이다. 상어에는 ‘폭군’ ‘식인’ 따위의 과장된 수식어 대신 ‘멸종위기’란 말이 붙어야 한다.

담수어류의 상태도 여전히 좋지 않다. 특히 지중해에선 고유 담수어의 56%가, 아프리카에선 28%가 멸종을 앞둔 것으로 밝혀졌다. 습지생태계의 지표인 잠자리와 실잠자리도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가 멸종위기 상태로 나타났다. 하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체수가 많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고기와 이빨을 노린 무분별한 사냥으로 95%가 사라지면서 처음으로 위기 등급에 올랐다.

바닷물 한 방울에 최고 2만 개…수천m 바닷속에도 세균 생존 

식물이 햇빛을 받아 낮에는 광합성을 해 산소를 내보내고 밤에는 호흡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는 기초적인 과학상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밤중에 방안의 화초를 불안하게 쳐다보게 한다. 화초 때문에 질식사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 안심은 되지만, 도대체 우리가 숨 쉬는 산소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런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전 세계 과학계가 정확한 답을 얻은 것은 10년밖에 안 된다.

1988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 샐리 치솜과 우즈홀 해양연구소 로버트 올슨은 전문과학자 <네이처>에 주목할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광합성을 하는 가장 작은 생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수가 많은 생물인 ‘프로클로로코쿠스’ 속 생물의 발견을 알린 논문이었다.

단세포인 시아노박테리아, 규조류 등으로 구성된 이 생물은 크기가 0.001㎜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바닷물 한 방울에 최고 2만 개나 존재한다. 주로 바다 표면 200m 이내에 떠다니는 이 생물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광합성의 절반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온난화를 일으키는 지구 이산화탄소의 절반을 제거하고 우리가 숨쉬는 산소의 절반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프로토클로로코쿠스는 우리가 생물 세계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바로 보여 준다.

바다는 물고기가 가끔 지나가는 빈 공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생물다양성의 폭은 넓다. 펄펄 끓는 물이 솟아나오는 온천과 심해저 분출공, 또는 엄지손톱 위에 승용차를 한 대 올려놓은 정도로 압력이 센 수천m 깊이 대양 바닥이나 빙점 아래 극지 해양의 찬물, 방사능이 센 핵연료 보관 수조 안에도 세균이 산다. 태양이 없는 땅속 깊은 곳에도 생물이 있다. 광합성이 아니라 암석 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지하 암석 독립영양 미생물 생태계(SLIME)가 땅속에 펼쳐져 있다. 아마도 이들은 지상의 생물이 멸종하더라도 계속 생존해 결국은 광합성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로 진화해 나올 것이다.

개미와 공생하는 쌍꼬리부전나비(왼쪽)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에서 발견한 요각류 신종 후보.
개미와 공생하는 쌍꼬리부전나비(왼쪽)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에서 발견한 요각류 신종 후보.

열대우림 지역인 ‘핫 스폿’이 생물다양성 보고 

세계의 생물종 수는 1천만에서 1억 종 범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1500만 종을 꼽는다. 이 가운데 현재 기록된 종은 170만~180만 종에 불과하다. 아는 종보다 모르는 종이 10배쯤 많은 셈이다. 생물은 모든 곳에 고르게 분포하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도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은 곳은 따로 있다. 주로 열대우림 지역인 이른바 ‘핫 스폿’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중앙아프리카 상아해안, 남아프리카 케이프 주, 마다가스카르, 히말라야 동부, 말레이 반도, 보르네오 북부,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 캘리포니아 해안, 아마존 서부 고원지대, 브라질 대서양 연안, 칠레 중부 등이 그런 곳이다.

이들 지역의 높은 생물다양성은 놀랄 만해, 개미연구자 에드워드 윌슨은 “전 세계의 개미는 1만 종이 밝혀져 있지만 열대지방을 자세히 조사하면 그 수는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아마존 강 상류 삼림지대에서 나무 한 그루의 가지와 잎으로 이뤄진 수관에서 43종을 동정했는데, 이는 영국에 존재하는 모든 개미의 종수와 맞먹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속>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이 글은 <다름의 아름다움>(고즈윈/2008/1만 원)에 실린 필자의 글 ‘왜 다윈핀치는 서로 비슷해지고 있나’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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