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로 에너지 자급자족 ‘에코 신도시’ 설계만 5년
열대우림 보호 펀드 모집
노숙자와 밭 함께 가꾸는
재활체험 프로그램 운영 2001년 3월 개장한 에덴 프로젝트의 관심은 식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환경과 사회운동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빠른 확장 속도에 내부 구성원들도 놀랄 정도다. 에덴 프로젝트가 최근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에덴 프로젝트 근처에 건설되는, 6000가구 거주할 에코 신도시다. 에덴 프로젝트와 비슷하게 콘월의 고령토 폐광지역 370㏊에 지어지는 에코 신도시는 거주와 직업이 동시에 해결되며 식량과 에너지까지 자족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도시다. 에덴 프로젝트는 고령토 폐광에서 일군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신도시 건설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 에덴 프로젝트가 이 신도시 건설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에너지다. 자원 고갈의 시대를 맞아 에코 신도시의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이다. 석탄마저 고갈된 콘월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일까? 에덴프로젝트의 에너지 공급을 맡고 있는 맷 헤이스팅스는 “지하 4000m의 지열을 이용하는 지열발전 시스템으로 에덴프로젝트와 에코 신도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지열발전 시스템은 에덴 프로젝트와 에코 신도시뿐만 아니라 콘월 전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열발전 시스템은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이미 도입돼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고심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구상 때문에 콘월의 에코 신도시는 영국에 건설되는 5곳의 신도시 사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헤이스팅스는 “우리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설계에 반영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설계하기 때문에 시공 전 설계기간만 5년이 걸린다고 한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만드는 한국의 신도시 문화에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역과 환경에 대해 고민해온 에덴 프로젝트의 일관된 자세는 에덴 프로젝트의 국제적 위상을 키우고 있다. 에덴 프로젝트는 세계 환경단체와 연대해 지구 환경 문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댄 라이언은 “에덴 프로젝트의 정치적 역량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덴 프로젝트는 열대우림을 지키겠다는 열대우림 국가의 시민단체를 도울 수 있도록 영국과 다른 유럽지역과 연결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지역을 아예 사는 트러스트 운동을 위한 펀딩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에덴 프로젝트의 관심은 콘월 지역 농민을 뛰어넘어 소외받은 이웃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노숙자와 극빈자과 함께 밭을 나누어 가꾸는 ‘시즈, 수프 앤 사니스’(사니스는 샌드위치를 의미하는 콘월지방 사투리)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소외받은 사람들이 함께 땅을 가꾸는 일종의 재활 체험 프로그램이다. 한 달에 한 번 2파운드를 기부하면 도심 광장과 중심가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빅런치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7월 벌였던 빅런치에는 런던을 비롯해 전국에서 100만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또 에덴 프로젝트는 런던의 첼시 꽃시장에도 노숙자들을 고용해 넓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덴 프로젝트는 설립하면서 천명했던 지역에 대한 관심을 콘월에서 영국 전역과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권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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