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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폐광을 식물원으로…인간과 자연 ‘공존’ 꿈꾸다

등록 2009-10-06 21:46

고령토 폐광 위에 세워진 세계 최대 온실 ‘에덴 프로젝트’는 특이한 외관뿐 아니라 환경과 지역 네트워크를 생각한 독특한 운영 철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령토 폐광 위에 세워진 세계 최대 온실 ‘에덴 프로젝트’는 특이한 외관뿐 아니라 환경과 지역 네트워크를 생각한 독특한 운영 철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콘월주 ‘에덴 프로젝트’ 현장




런던에서 기차로 5시간 거리인 영국 콘월주. 인구 50만명의 이곳은 산업혁명 이후 구리와 고령토 광산으로 번창하다 자원이 고갈되면서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하나로 전락한 곳이다. 그 폐광지가 최근 새로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고령토 폐광에 거대한 식물원이 들어선 것이 계기였다. 이 식물원의 이름은 에덴 프로젝트. 낙원에서 추방된 인간이 죄를 깨닫고 스스로 낙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에덴 프로젝트를 방문하면 두 번 놀란다. 먼저 반투명의 축구공을 쪼개놓은 듯한 최대 높이 55m 길이 200m의 거대한 구조물에 놀란다. 구조물은 강철 기둥을 뼈대로 삼고 합성수지인 에틸렌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ETFE)을 건물 외피로 사용했다. 이 합성수지는 건물이 받는 태양에너지의 90%를 흡수해 난방효과가 뛰어나다. 에덴 프로젝트는 실제 전체 열의 15%를 태양열로 충당한다.

높이55m 반투명 식물원
1천여종 열대우림 재연
환경학습 장치 곳곳 배치
황폐화된 자연 깨닫게 해

■ 폐광에 만든 인공구조물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이옴(biome)으로 불리는 식물원 안은 30도가 넘었다. 천장을 뚫을 듯한 큰 키의 나무들로 이뤄진 열대우림이 장관이었다. 가이드인 먼로 셰퍼드에 따르면 여름에는 35도, 겨울에도 20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기온은 컴퓨터로 제어된다. 1154종의 나무와 열대의 꽃들도 아름다웠지만 높이 30m에 이르는 폭포에서부터 시작돼 식물원 곳곳을 휘감으며 계곡과 연못을 만들고 있는 물줄기가 인상적이었다.


바이옴 안에는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장치가 있었다. 바나나 플랜테이션을 상징하는 큰 배와 바나나를 수확해 포장하는 컨베이너 벨트다. 커피나무와 열매의 수확과 수출 과정도 재연돼 있다. 거대한 열대 바이옴 건너편에는 지중해성 기후 바이옴이 있다. 이곳은 북유럽 사람들이 온화한 기후와 햇살 때문에 동경한다는 지중해식 풍경을 만들어놓았다. 포도나무와 올리브를 비롯해 지중해성기후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이곳에서는 여러 가족의 사진촬영이 한창이었다. 에덴프로젝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방문객의 수로 확인된다.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방문객센터를 만들었고 개장 전부터 50만명이 폐광의 기적을 보러 왔다. 2001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100만명이 찾았다.

지역사회와 네트워크 강조
농민들과 친환경상품 개발
8년동안 1100만명 다녀가
1조8천억 경제적효과 얻어

■ 에덴 프로젝트의 진짜는 식물원 밖에 있다?


콘월 에덴 프로젝트·에덴 프로젝트의 규모와 경제적 효과
콘월 에덴 프로젝트·에덴 프로젝트의 규모와 경제적 효과
에덴 프로젝트의 진짜 모습은 식물원 밖에 있었다. 큐레이터인 이언 마틴은 “관람객이 에덴 프로젝트를 방문해 머무는 평균 시간은 4시간인데 대부분 바이옴에 머무는 시간”이라며 “에덴 프로젝트의 진면목은 바이옴 밖에 있다”고 말했다.

이 식물원은 왜 다른 곳처럼 ‘가든’이 아니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언론홍보 담당자인 데이비드 로는 “프로젝트라는 것은 미완성을 뜻한다”며 “우리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의 목표는? 에덴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팀 스미트는 에덴 프로젝트 가이드북에서 “에덴 프로젝트의 제1철학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이 만든 곡물로 먹고, 입고, 거주해 오던 인간이 산업화가 되면서 이 기본을 잊어버렸고 결국 오늘 같은 환경 위기와 자원 고갈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에덴 프로젝트가 강조하는 또하나는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다. 스미트는 “지역 주민과의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에덴 프로젝트는 생겨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덴 프로젝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95%, 먹는 식자재의 82%, 연료의 15%는 지역에서 온 것이다. 문을 연 지 8년이 됐지만 지금도 6주에 한 번씩 지역 주민과 에덴 프로젝트 구성원 간의 간담회를 한다.

■ 중요한 것은 희귀식물이 아니다

두 가지 철학은 에덴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됐다. 또 방문객의 급증은 지역 주민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으로 이어졌다. 통계 담당자인 앤드루 재스퍼는 에덴 프로젝트 관광객 1100만명이 지역에 준 경제적 효과는 9억파운드(1조8000억원)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5.5일을 머무는 방문객들은 에덴 프로젝트에서 하루 지내고 나머지 4일은 지역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화는 돈 문제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양배추 농사를 짓던 앤드루 옴라드는 현지 에덴프로젝트에서 지역 농민들과 함께 새로운 상품 개발을 맡고 있다. 그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친환경 농산물 포장재와 화학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물성 시멘트다. 이 밖에도 에덴 프로젝트는 종의 다양성을 위해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농작물을 들여와 영국에서 재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루의 붉은 감자를 들여와 재배중이다.

이런 농산물로 만들어진 상품은 우선 에덴 프로젝트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판매된다. 맛소금이 아닌 천일염과 유기농 감자로 만든 감자칩과 유기농 설탕과 우유로 만든 캐러멜의 일종인 퍼지는 에덴 프로젝트의 효자 상품이다.

이 식물원의 최고경영자인 팀 스미트는 에덴프로젝트를 모델로 해 충남 서천 장항공단 오염지역에 설립되는 한국의 생태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충고를 했다. 그는 “한국의 국립생태원이 지역과의 교감 없이 과학자들의 연구 시설 위주로 만들어진다면 실패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생태원 설립을 행복하게 여겨야 애초의 설립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월/글·사진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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