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후변화는 철저한 ‘남북문제’”
선진국 출연 기금규모·사용방식 ‘줄다리기’
선진국 출연 기금규모·사용방식 ‘줄다리기’
“모든 문제는 결국 ‘돈’이다.”
지구가 맞을 최악의 재앙을 피하기 위한 철학적 논의나, 환경론자들의 시위가 이번 코펜하겐 회의를 달굴 쟁점이 아니다. 192개국 협상대표, 75개국 정상들이 벨라센터의 최종 대회의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막판까지 협상룸 테이블을 장악할 문제는 ‘돈’이다. <가디언>은 최근 “이 문제가 협상을 성공시킬 수도, 깰 수도 있다”고 전했다.
코펜하겐 회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막대한 규모의 돈의 이동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간 기후변화와 관련돼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할 돈이 후진국들에게 제공되는 원조금액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산업계나 금융계에게 기후변화는 에너지 혁명이자 새로운 기술시장으로 세계경제가 전환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산업계는 2030년까지 1조달러 이상이 저탄소 기술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배경엔 기후변화가 또하나의 ‘남북 문제’라는 점이 있다. 따져보자. 2007년 기준 중국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중반 이후 2006년까지 누적량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이 각각 중국의 4배를 넘는다. 선진국이 수백년간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의 책임을 ‘동등하게’ 개도국에 요구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개도국의 논리가 단순히 자국이기적인 발상만은 아닌 셈이다.
특히 후발 개도국으로 가면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빙하가 녹는 현상은 중남미인의 삶에, 사막화는 아프리카에, 침수는 남아시아인들의 삶에 직결돼 있다. 유엔인구기금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 7%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50%를 차지하는 반면, 빈곤한 50%는 7%만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개도국들은 홍수방지 등을 합해 2020년까지 적어도 1년에 2000~4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131개 개도국 모임인 77그룹은 선진국들이 매년 국내총생산의 1%를 출연하는 총괄기금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에 비해 현재까지 나온 선진국이 생각하는 최대수치는 2020년까지 매해 1000억달러 수준이다. 그나마도 배출권거래 등 민간영역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기금의 운용방식의 갈등도 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 기후변화 지원기금을 세계은행이나 세계환경기구라는 채널을 통해 운영하고, 철저하게 측정·감시·보고하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유엔이 조정하는 별도 펀드를 요구한다.
나스린 아마드 다카대학교 지리환경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는 북위도에 있는 선진 부국들에게 오히려 해빙되는 동토와 북극항로 등 새로운 개발의 기회와 동시에 그린산업이라는 사업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피해와 기회 역시 철저히 남북문제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판 주요국가들의 감축 목표 발표가 희망이긴 하다. 유럽연합이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20%(추가감축 가능)를 발표한 데 이어 일본과 러시아가 1990년 대비 25% 감축을, 미국도 2005년 대비 17% 수준, 중국은 2005년 지디피당 배출량 대비 40~45%, 한국은 2020년 성장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각국이 제시한 자국의 감축안 기준이 각기 달라 실질적인 감축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가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긴 어렵고, 내년 중반 본이나 하반기 멕시코시티회의로 최종결정을 미룰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래도 단 한 개국 정상도 참석하지 않았던 12년 전 교토회의에 비교하면, 이번 회의에 두는 각국의 무게는 남다르다. 코펜하겐에서 이제 인류는 겨우 함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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