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총회에 참석하는 우리나라 환경부 협상단은 18일 공식회의 일정이 끝난 뒤 하루를 더 머물도록 일정을 짰다. 시찰이나 관광 목적이 아니라, 회기 연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는 중요한 회의일수록 폐막일을 넘겨 밤샘 협상을 하는 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 총회도 폐막일까지 협상이 교착됐으나 급거 돌아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막바지 설득에 힘입어 이튿날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발리 행동계획’을 채택하기도 했다.
1992년 리오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 협약이 채택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미국을 포함해 192개국이 협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기후변화 협약의 첫 실천 틀인 교토의정서는 38개 선진국에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평균 5.2%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미국은 2001년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중국 등 개도국의 의무 부담이 없음을 들어 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기후변화 협약에 치명타를 가했다. 교토의정서는 미국을 비롯해 급속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모두 감축 의무국에서 빠져 있는데다 2012년이 지나면 효력을 잃는다.
미국이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 다른 선진국들도 ‘이빨 빠진’ 교토의정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데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실감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파차우리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의장은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전혀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바꾼 것은 2007년 이 기구가 발표한 제4차 보고서였다. 과학자들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금세기 안에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온도를 2도 상승 이내로 묶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500ppm일 때 지구온도가 2도 올라가는데, 현재 농도는 이미 385ppm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2012년 이후’ 기후 체제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2007년 발리 총회에서는 교토의정서가 새로운 체제로 빈틈없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2009년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또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늘리고 개도국도 감축에 참여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이보 드 보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사무총장은 “코펜하겐 총회가 기후재앙을 막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과학과 경제, 미래 세대가 그걸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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