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과 문수정 위원장(뒷줄 왼쪽 두번째) 서울환경연합 제공
문수정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장 등 책 펴내
한국에서 ‘주부’라는 단어는 자기중심적인 속물 성향의 아줌마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남녀 평등을 강조해온 진보진영에서도 주부들이 차지하는 무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운동에서만은 예외다.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 유기농 음식점에서 20돌 기념행사 겸 자신들이 펴낸 <아무것도 사지마라>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문수정(58) 위원장은 “1986년 환경문제를 공부하는 주부 교육모임에서 출발해 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 여성위원회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첫 여성 환경운동조직”이라고 회상했다.
자원활동가들로 구성됐지만 이 위원회가 20여년간 이룬 성과는 알차다. 가장 먼저 식당에서 일회용 젓가락을 쓰지 않는 운동을 벌여 정착시켰다.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쓰자는 운동을 주장해 비닐봉지 유료화를 이끌어 냈다.
이들이 환경 운동을 시작한 것은 우리 아이들을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모성에서 비롯됐다. 문 위원장은 “86년 공장이 많은 동네로 이사온 뒤 아이들이 늘 감기에 걸리자 공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감시활동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동네 집값 떨어진다고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함께 뛰었던 주부들도 그 등쌀에 하나둘 떠났다. “힘들어 그만 둘까도 생각했지만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겠다는 소명의식으로 버텼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 위원회의 큰 장점은 지구력이다.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은 창립 초기부터 시작해 20년 이상을 벌여왔다. 이런 진득함을 바탕으로 이들은 앞으로 도시 가구마다 건강한 야채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는 ‘상자텃밭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도시를 바꿔보겠다는 목표로 시작하는 이 운동 역시 10년 이상 계속할 것이라고 문 위원장은 다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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