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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4일 서울 폭설, 오보 아니라 합리적 예보”

등록 2010-01-12 16:36수정 2010-01-12 16:39

캔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캔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캔 크로퍼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인터뷰
“어떤 컴퓨터 시스템도 25cm로 예측하기 어려워”
“‘기상청의 히딩크’라는 말은 임기말에 들었으면”

기상청이 기상예보의 선진화를 위해서 지난해 영입한 캔 크로퍼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지난 8일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달 4일 내린 사상 최대 폭설에 대해 오보가 아니라 과학에 기초한 합리적 예보라고 말했다. 크로퍼드 단장은 “기상청은 3일부터 4일 10㎝이상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이는 모범적인 예보”라며 “현재의 시스템과 어떤 국가 기상청도 25㎝를 예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강수량의 양적인 문제는 기상예보를 해온 50년 동안 가장 고민했던 문제”라며 “이는 컴퓨터의 문제보다 정확한 데이터의 문제”라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지난 4일 서울에 내린 사상최악의 폭설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4일 적설량의 수치를 틀리게 예보한 부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언론이나 비판하는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날 눈은 12월 28일부터 예보된 상태다. 이는 이미 일주일 전에 예보된 매우 좋은 경보였다. 믿건 안믿건 기상청의 예보는 과학에 기초한 합리적인 예보였다.”

- 하지만 10cm 이상이라고 예보했어도 25㎝가 와 오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상과학이라는 것은 인간이 측정한 여러 사실에 기초한 순수한 예보에 인간의 해석을 보태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어떤 가장 좋은 기상컴퓨터가 서울의 4일 예보를 예측 하더라도 25cm를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예보적 기준에 그런 (많은) 양의 눈을 맞추는 것은 없다. 현재 가능한 수준의 적설량 예상 해상도는 아무리 정밀하게 잡더라도 ±2∼4㎝다.”

- 미국에서도 이처럼 기상청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나?

“내 고향인 미국 오클라마호에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미국 기상청은 12시간 전에 10~20cm의 눈이 온다고 예보했다. 그런데 막상 34㎝가량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어떤 미디어도 ‘10~20㎝라고 예보했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한국 기상청의 예보는 기상과학 입장에서보면 아주 모범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눈이 15㎝나 오면서 출퇴근, 학교, 청소, 항공 등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기상과학이 시민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맞춰 얼마나 정확한 예보를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캔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캔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

- 이번 기회에 아예 cm 단위의 예보를 하지 말고 상ㆍ중ㆍ하 이런 식의 예보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도 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예상된 강수량이나 적설량. 그리고 이를 ㎝로 발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가장 좋은 소통의 방법은 이런 수치를 확률을 통해 안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90%의 확률로 경기 남부지방에 1~5㎝의 눈이 내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예보하는게 맞다.”

-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얘기하면 레이더를 꼽을 수 있다. 믿을만한 레이더 자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예보 정확성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온다. 만약 한국이 다른 선진국, 특히 일본과 미국 수준으로 기상 레이더망을 운영한다면 레이더 자료가 신뢰할만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개별 폭풍 규모의 수치 기상예측 모델을 통해 단기 예보의 정확성을 많이 높일 수 있게 된다.”

- 기상 이변은 한국은 물론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다. 지난 여름 타이완에서는 하룻만에 130cm의 폭우가 내렸다. 기상과학은 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

“그렇다. 강수량의 ‘양적’예보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현재 기상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나의 50년 예보생활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다. 기상과학의 진보는 느리지만 조금씩 향상될 것이다. 슈퍼컴은 그것을 많이 도울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슈퍼컴의 진화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데이터의 문제다. 특히 대양과 바다와 관련된 데이터가 중요하다. 그런데 한반도 기상에 영향력이 큰 서해안 관련 데이터가 없다.”

- 한국 기상청을 살릴 ‘히딩크’로 비유된다?

“나는 그런 말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 말이 내 임기 마지막에 나오길 바란다. 지금 듣고 싶지는 않다.”

- 기상예보를 철학적이나 신학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나?

“교회에 정기적으로 나가지만, 나는 기상과 날씨 예보를 철학이나 종교적 관점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기상을 물리학과 수학만으로 봐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늘 그리고 대양과 관련된 수학, 물리학의 공식들과 컴퓨터의 수치들은 기상학이 참으로 어려운 과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수학이나 과학으로 핸들링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모든 구름에서 그리고 지구의 바다에서, 대기에서 창조자의 지문을 느낀다. 나는 숨어 있는 열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수증기가 숨어 있는지를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비록 50년 동안 기상학을 했지만 매일매일 내가 작게 느껴진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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