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아래 자갈 틈에 서 있는 식물)가 자라는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에서 지난 12일 ‘4대강 사업’ 공사를 하던 건설업체 관계자가 취재진을 발견하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초록색 깃발은 공사지역을 표시하는 것이다. 여주/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환경부 6공구 생태조사 요구 ‘평가부실’ 자인
수공은 “정밀조사 못해…예정대로 공사”
수공은 “정밀조사 못해…예정대로 공사”
환경부가 지난 19일 ‘한강 살리기’ 사업의 제6공구에 대해 생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한 것은 지난해 마친 환경영향평가가 스스로 엉터리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환경부는 불과 넉 달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승인’했다. 이에 대해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4대강범대위) 등은 ‘속성 면죄부 조사’라고 비판해왔다. 상당수 지역에서 현지조사가 생략된 채 문헌조사로 대체됐고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 환경부가 사실상 4대강 사업의 ‘거수기’였다는 논란 속에서 공사는 환경영향평가 직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달 초 공사 과정에서 한강 6공구 도리섬(삼합리섬)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발견되고 단양쑥부쟁이가 공사로 훼손된 게 확인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지역에 두 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은 환경영향평가에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장이 확산되자, 환경부는 15일 공사 중단을 국토해양부에 요청한 데 이어 19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6공구 사업구간 전체에 대해 법적 보호종의 전면적인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의 추가 서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6공구의 생태조사가 실시된다. 하지만 새로운 생태조사 역시 환경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면피 조사’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새로 발견될 가능성이 많은 종을 중심으로 일주일 가량 조사를 할 것”이라며 “모든 개체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조처를 보완조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생태조사가 형식적 조사에 그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때문에 4대강범대위는 6공구 전 구간의 공사 중단과 민관 합동 생태조사 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명호 4대강범대위 상황실장은 “한강 6공구의 전면적인 공사 중단 조처가 함께 내려져야 생태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이미 상당수 야생동식물이 훼손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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