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4대강 사업|금강]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는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면서 습지와 하중도가 잘 발달해 멸종위기 새들과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포유류, 토종 민물고기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여울·소·하중도·자갈밭·모래톱 등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발달해 있고, 인간의 간섭은 적은 편이었다. 수심이 얕은 물가가 자연스럽게 농지나 습지와 연결되는 연안생태계가 유지되는 등 자연 하천의 특성이 잘 보존돼 있다.
이곳에는 흰꼬리수리·황조롱이·매·큰기러기·수리부엉이·큰고니·삵·수달 등 18종의 법정보호종과 긴몰개·납자루·몰개·끄리·얼룩동사리·말조개 등 14종 이상의 한국 고유어종이 산다.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위인 맹금류가 많은 것은 생태계가 잘 발달해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길이 17.3㎞의 합강리 구간에 700억원을 들여 기존의 월산 1·2제방과 봉기제방을 보강하고,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에 제방을 설치하고 있다. 박장환 감리단장은 “고수부지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두고 2곳에 보행교와 자연형 제방을 설치하고 야생동물들이 수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물가 쪽 경사도로 완만하게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정부의 ‘친수공간’ 조성 사업 넉달 만에 수달이 살던 습지가 대부분 파괴됐다고 밝혔다. 또 야생동물의 낙원이었던 하중도는 준설토를 실은 덤프트럭의 낙원이 돼버렸다.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합강리 토목공사는 생태적 전이지대를 훼손해 건강한 연안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달은 합강리의 강과 강가 자체가 서식지여서 ‘친수공간’ 조성은 이들의 생존에 치명적이고, 삵은 이 지역의 환경 변화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전혀 조사돼 있지 않아 피해 정도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정부는 한국 고유어종이 잘 살고 있는 자연하천을 다 파괴하고는 자연형 어도·샛강을 이용해 한국 고유어종이 살 수 있는 서식지를 조성하겠다고 한다”며 “자연형 어도는 관리수위 이하로 수위가 내려가면 건천이 될 것이고, 샛강은 물 흐름이 느려 여울에 사는 멸종위기 물고기의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하천환경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합강리 일대에는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수면성 오리가 66%, 비오리, 논병아리 등 잠수성 오리가 5%라고 밝히고 있다”며 “보가 만들어지면 수면성 오리들은 떠나고 잠수성 오리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양흥모 상황실장은 “하천 환경을 관리하는 목적은 정비사업으로 훼손된 하천 환경을 되살려 자연상태에 가깝게 만드는 데 있으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건강한 자연과 생물들을 죽이거나 병들게 만드는 사업”이라며 “공정률 30%를 넘어선 상태에서 이미 습지의 50% 이상이 훼손됐고, 야생동물의 흔적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기/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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