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정부 답할때까지 농성”
정부, 강제진압 부담 “설득 주력”
정부, 강제진압 부담 “설득 주력”
왜 점거농성 나섰나
환경운동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최후로 쓰는 방법은 자연과 자신의 몸을 묶는 것이다. 고공시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환경운동의 ‘전통’이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줄리아 힐은 1997년 캘리포니아주의 헤드워터 숲을 지키기 위해 738일을 높이 55m의 삼나무 위에서 보냈다. 한국에서는 2006년 인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신정은 인천녹색연합 간사와 윤인중 목사가 나무 위에서 각각 56일과 154일을 버텼다.
22일 새벽, 환경운동가 5명이 한강과 낙동강의 공사구조물 위로 올라간 것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반대진영이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싸움에 돌입했음을 뜻한다. 4대강 공사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6월 지방선거에서 반대 민심이 표출됐는데도,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은 데 대해 마지막 초강수를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4대강범대위)의 한 활동가는 “공사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여러 문제를 언론 등을 통해 제기했음에도 정부는 반응이 없었다”며 “어떻게든 4대강은 할 거라는 정부의 고집을 확인하면서 한없이 무력해지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점거농성엔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중견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한강 이포보 교각에 오른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10일께 선배들이 나서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포보의 거대한 구조물이 4대강 사업의 반환경성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포보와 함안보의 고공시위 현장은 멸종위기종 훼손 논란에 휩싸인 단양쑥부쟁이에 이어 4대강 사업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 4대강 반대진영이 배수진을 치고 최후통첩을 보낸 지점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정부가 대답할 때까지 현장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4대강범대위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국민행동 프로그램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두 차례 서울에서 대형 집회를 연 데 이어 공사 현장 점거에 들어간 만큼 정책적 반대에서 직접행동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날 유원일(창조한국당), 김진애·최철국(민주당) 의원 등이 현장에 찾아오는 등 정치권과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야4당은 △법정홍수기 공사 중단 △미착공 사업의 추진 중단 △국회 4대강 검증 특위 구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4대강 사업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허를 찔린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점거농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반대여론이 높은 터라, 정부가 강제진압 작전에 들어가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며 “건강에 문제 없이 내려오도록 설득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포보의 환경운동가들은 태양열조리기를 이용해 점심을 차려 먹고 태양열로 충전한 휴대전화를 이용해 트위터로 현장 소식을 알렸다.
남종영 기자, 여주/김기성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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