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 위치
지경부·화천군, ‘특구’로 지정
안보파크 등 본격 개발 나서
관광객 예측까지 부풀리기
결정권 쥔 산림청 “신중검토”
안보파크 등 본격 개발 나서
관광객 예측까지 부풀리기
결정권 쥔 산림청 “신중검토”
지식경제부와 강원 화천군이 생태 보존가치가 높은 화천군 백암산 일대에 케이블카 설치를 뼈대로 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한반도 ‘생태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 주변 지역으로, 앞으로 진행될 비무장지대·민통선 개발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지경부와 화천군은 2006년부터 화천군 화천읍 풍산리 산 269번지 일대(7만286㎡·지도)를 ‘화천 평화·생태특구’로 지정하고, 주변 백암산 정상(1100m)까지 길이 2.12㎞의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중이다. 지경부와 화천군은 주변에 북한강과 평화의댐이 있는 이 지역에 ‘디엠제트(DMZ)평화안보파크’와 생태관찰 학습공원 등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자연 생태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암산 일대는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라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이며, 동시에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다. 또 한국전쟁기에 수많은 지뢰가 매설된 지뢰지대이기도 하다. 2008년 환경부 조사에서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에 수십 개체밖에 남지 않은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를 비롯해 산양·수달·삵·하늘다람쥐·담비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개발사업 때마다 문제로 지적돼 온 뻥튀기 수요 예측도 문제다. 화천군은 이곳에 설치될 케이블카의 하루 최대 이용인원을 1785명으로 산정하고 있으나, 이는 케이블카를 1년 365일 운행하고 이용률이 75%일 때의 수치다. 정인철 녹색연합 활동가는 “백암산 일대는 비무장지대의 중·동부전선에 위치한 군사지역으로 연중 3개월 이상 폭설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며 “화천군의 수요 예측치를 달성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근 육군 7사단에서 운영하는 칠성전망대의 경우 1일 평균 방문객이 26명에 불과하고, 관람을 하려면 안보문제 등의 이유로 일주일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8월 문을 연 강원 고성군의 디엠제트박물관도 연간 이용객이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지만 하루 337명, 연간 7만명이 방문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조영진 지경부 특구운영2과장은 “환경보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화천군은 전체 면적의 86%가 산지일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며 “산천어 축제를 성공시켜 20일 동안 110만명이 다녀가게 한 화천군의 저력 등을 고려해 개발과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산림청이 쥐고 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려면 산림청에서 산림유전자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해줘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백암산 일대는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고, 비무장지대 주변을 개발해도 별로 활성화된 사례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해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