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동안 은어 1마리 발견
“어류생태환경 안정” 호들갑
5월엔 갈겨니 서식 떠들다
방류한 사실 드러나 ‘망신’
“어류생태환경 안정” 호들갑
5월엔 갈겨니 서식 떠들다
방류한 사실 드러나 ‘망신’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은어가 발견되는 등 생태계가 우수하다고 발표하자, 환경단체가 의문을 제기하며 공동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과장 홍보’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섬진강 수계 민물고기인 갈겨니가 청계천에 서식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방류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청계천에 맑은 물에서 사는 은어도 발견’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청계천엔 다양한 수생태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서울 도심에서 은어를 보기란 쉽지 않다”며 “1급수에서만 사는 은어는 청계천의 안정된 생태환경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보도자료는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에 의뢰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조사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환경연합은 12일 논평을 내 “건강한 하천이라면 물고기 먹이인 수서곤충이 발견돼야 하는데, 이를 보기 힘들다”며 “은어가 우연히 흘러왔거나 방사됐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홍보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은어는 치어 상태로 바다에 나갔다가 강 중·상류로 돌아와 알을 낳는 1년생 회유성 어종이다. 한 민물고기 전문가는 “은어는 알려진 바와 달리 1급수뿐만 아니라 더러운 물에서도 산다”며 “은어가 사니까 청계천이 깨끗하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2~2004년 한강에 은어 40만 마 리를 대규모 방류했다. 이 때문에 2급수인 한강에서도 은어가 소수 발견되고 있다. 황종서 하천생태복원연구소장은 “5~6월 조사 때 잠실수중보 어도에서 은어를 여러 마리 발견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은어가 청계천을 안정된 서식처로 삼았는지 분명치 않은데도 서울시가 무리한 홍보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은어가 한 마리만 발견됐는데, 서울시는 이런 사실을 보도자료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브리핑 때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실을 밝혔다”며 “보도자료에서도 은어가 서식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계천은 시멘트로 발린 인공하천인 도심 부위와 자연하천에 가까운 중랑천 합수부의 생태계 다양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가 두 지역의 모니터링 결과를 뭉뚱그려 홍보해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생태계를 총괄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브리핑 과정에서 구간별 개체 수를 밝혔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서곤충 유인을 위해 다슬기 수만 마리를 방류했지만 청계천에서 다슬기를 찾아보긴 힘들다. 시멘트 바닥에서 살기가 힘든 탓이다. 이 때문에 청계천 복원 당시 환경단체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자고 주장했지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임기 내 완공을 위해 인공하천을 택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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