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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강제징용에 석면 피해까지…재일동포 가족 ‘대이은 수난사’

등록 2010-10-26 20:38수정 2010-10-26 20:40

일본 센닌지역 재일한국인가족 석면피해자로 ‘석면폐증’을 앓고 있는 오카다 요코씨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 창립기념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늘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휴대용 산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일본 센닌지역 재일한국인가족 석면피해자로 ‘석면폐증’을 앓고 있는 오카다 요코씨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당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 창립기념 국제심포지움에 참석해 늘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휴대용 산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18살에 일본 끌려온 아버지
석면공장 일하다 폐암 사망
부인·딸에 투병 고통 이어져

‘센난 석면 피해 시민모임’
“재일조선인에 피해 집중”
일 정부 상대로 배상소송

오카다 요코(54)는 항상 산소통을 캐리어에 넣고 끌고 다닌다. 일본 오사카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도 산소통을 떼지 않았다. 2006년 ‘석면폐증’ 진단을 받은 뒤, 산소통은 그의 영원한 동반자가 됐다.

오카다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6일 ‘아시아의 환경보건’을 주제로 마련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증언했다.

오카다의 아버지는 ‘강재희’라는 이름의 한국인이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18살이던 1943년 일본으로 건너왔다. 오카다는 “일본군에게 끌려왔다던 아버지는 패전기념일 특집방송을 볼 때마다 버럭 화를 내곤 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처가의 반대 속에 1954년 결혼한 두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오사카 남부 센난에 자리를 잡았다. 영세한 석면 공장 300여곳이 벌집처럼 골목을 메운 센난은 당시 최대의 석면 방적 산업지대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석면 공장에 나갔다.

오카다는 매일 아침 어머니 등에 업혀 석면 공장을 따라갔다. 공장엔 석면폐증과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먼지가 날렸다. 그는 “어머니는 얌전한 나를 매일 같이 등에 업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 시절로 인해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1970~80년대 일본 사회에서 석면의 위험성이 경고되기 시작했고, 가족은 ‘시한 폭탄’을 안고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은 애써 공포를 외면했지만, 공포는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6년께 “숨을 반 쯤 밖에 쉴 수 없다”던 어머니는 석면폐증과 속발성 기관지염 판정을 받았다. 1990년 건강검진에서 정밀검사를 권유받은 아버지는 무서워서 검진을 받지 않고 버텼다. 결국 아버지는 1994년 폐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예정된 비극은 오카다에게도 닥쳐왔다. 기침과 가래가 심해졌고, 2006년 의사는 ‘폐를 둘러싼 막이 굳어져 혼자서는 숨 쉴 수 없을 것’이라며 산소통을 주었다. 그해 11월 간호사 일을 그만둬야 했다.

오카다와 함께 방한한 마츠시마 카나(66·한국이름 한고자)도 10살 때부터 센난에서 일했고, 지금도 석면폐증을 앓고 있다. 마츠시마는 “골목에서 동포 아이들을 흔히 만날 정도로 센난에선 한국인이 많이 살았다”고 말했다. 해방 직후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들은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마츠시마의 어머니만 일본에 남았다. 그때 함께 가지 못했던 게 비극의 씨앗이 됐다.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모들을 만나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의 어머니 이름은 ‘박학수’로, 고향은 경남 김해군 김해읍 삼정동이다.

유오카 카즈요시 ‘센난 석면 피해 시민모임’ 대표는 “식민지 시대 강제 징용자들이 대부분 오사카에서 삶터를 꾸리면서, 피해가 재일 한국인에게 집중됐다”며 “당시 보건조사를 벌이는 등 석면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조처를 취하지 않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카다와 마츠시마는 센난 지역의 일본인 석면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였다. 지난 5월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냈지만 “노동자에 대한 국가 배상만 가능하다”는 단서가 달렸다. 노동자가 아니었던 오카다는 항소를 한 상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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