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노래 ③경천대에 올라
지율스님과 이름없는 이들이 부르는 강에 대한 위로의 노래
지율스님과 이름없는 이들이 부르는 강에 대한 위로의 노래
경천대에 올라 내 머무는 곳을 바라보며 경천대에 올라 내 머무는 곳을 바라본다.
파랗게 보리 물오르는 봄날 처음 이곳을 올랐고
들판에 누렇게 벼 나락 익을 때 다시 이곳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해 가을 저 강 건너 회상마을에
10년이나 묵어있던 흙집에 세들었다.
무슨 예감이 있어 이곳에 터 잡았을까? 이곳에서 물그림자 아름다운 경천대 이야기를
강물이 조리질해서 올린 비옥한 회상 들녘의 노래를
희망이라는 이름을 섞어 목이 아프도록 불렀다. 하지만 날마다 지워져 가는 모래톱 이야기를
날마다 모래 자갈 덮여가는 슬픈 들녘의 노래를
이제는 목이 메 부를 수가 없다. 내가 왜 문득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목구멍까지 숨 막히게 차오르는 웅얼거림
어찌 이곳을 흩트리려 합니까? 글·사진·영상 지율스님 cafe.daum.net/choro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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