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넣고 담뱃불 지지고, 피범벅 고양이사건도 충격
10대들 무분별 인터넷 유포…“생명교육 강화·게시자 처벌”
10대들 무분별 인터넷 유포…“생명교육 강화·게시자 처벌”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영상물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고 누리꾼들의 반응을 즐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학교 현장에서 생명윤리 교육을 확대하고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9일 밤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야옹이 갤러리’에는 혀가 뽑힌 듯 입 주변이 피범벅이 된 채 욕실 바닥에 누워 있는 고양이 ‘차차’의 사진이 올라왔다. ‘캣소’(catsaw)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4장의 사진을 올리고 “나에게 욕설, 모독감을 주지 않고 설득하면, 고양이를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며 ‘게임’을 제안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자, 이날 밤 늦게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물학대 영상물이 제작·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어 분쇄하는 동영상이 올려졌고, 올해 4월에는 10대 여학생들이 금붕어 3마리를 담뱃불로 지지고 발로 밟아 죽인 뒤 ‘브이’(V)자를 그리며 웃는 사진이 떠돌았다. 또 한 10대 청소년이 “냉동실에 강아지를 넣었는데 낑낑거리며 애타게 찾는다. 재밌어서 1~2분씩 냉장고에 넣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올려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영상물들은 모두 10대 청소년이 제작했거나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이들은 거리낌없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이에 놀라는 사람을 보며 재밌어 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주위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방치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잠재된 폭력 성향은 종종 동물학대를 통해 드러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자신이 기른 개와 소를 잔인하게 학대했다. 강호순과 같은 사이코패스는 다른 이들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조은경 한림대 교수(심리학)는 “동물학대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청소년들을 일반적인 의미의 사이코패스로 볼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 자꾸 이런 영상물을 올리는 건 문제”라며 “타자와의 공감 능력을 북돋우기 위해 생명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규제도 허술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민속놀이를 제외한 유흥·오락·도박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하지만 처벌 사례는 흔치 않고, 처벌되더라도 벌금 수십만원에 그친다. 박소연 대표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피의자는 외국 영상물을 옮겨왔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물학대 영상물을 올리기만 해도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학대 영상물 게시를 금지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불법정보 유통금지 조항에 동물학대 영상물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나라당 배은희·한선교 의원이 각각 두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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