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무색, 녹색, 갈색 이외의 페트병은 색상마다 재활용 신규 라인을 설치할 수 없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② 기존 유리병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페트병인데도 금속 마개를 사용했다.
③ 스마트칩을 꺼낼 수가 없어서 분해하려면 절단해야 한다.(왼쪽부터)
② 기존 유리병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페트병인데도 금속 마개를 사용했다.
③ 스마트칩을 꺼낼 수가 없어서 분해하려면 절단해야 한다.(왼쪽부터)
재활용 어렵게 하는 사례들
페트병, 무색·녹색·갈색 외엔 재사용 힘들어
내열유리, 일반유리와 섞여 불량제품 발생
카트리지, 드럼·토너 분해 쉽지않게 만들어
페트병, 무색·녹색·갈색 외엔 재사용 힘들어
내열유리, 일반유리와 섞여 불량제품 발생
카트리지, 드럼·토너 분해 쉽지않게 만들어
무지갯빛의 예쁜 페트병은 환경에 좋을까? 재활용 관점에서 디자인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14일 프린터·내열유리·페트병의 ‘재활용 방해 디자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체의 지나친 마케팅 중심 디자인이 재활용(재제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가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페트병 우리가 버린 페트병은 어떻게 재활용될까? 우선 투명한 무색과 녹색, 갈색 3가지 색으로 분류된다. 각 페트병은 일정한 가공 과정을 거쳐 단섬유로 만들어지고 소파 등 가구의 충진재나 건축자재, 단열재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3가지 색 이외의 색이 들어오면 재활용업체들은 골치가 아파진다. 페트병재활용협회 관계자는 “최근 음료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의 포장용기를 내놓고 있지만, 색마다 신규 라인을 설치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갈색에 섞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주류업체들은 소주 페트병에 기존의 유리병 느낌을 주기 위해 금속 마개를 달고 있다. 플라스틱 마개는 재활용 세척 과정에서 물에 떠 쉽게 선별이 가능하지만, 금속 마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벗겨내야 한다. 맥주 페트병에 붙는 종이 라벨도 재활용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세척 과정에서 종종 수조의 배수구를 막기 때문이다.
■ 내열유리 내열유리로 불리는 붕규산 유리의 녹는점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소다석회 유리보다 245도 높은 1711도여서 내구성이 강하다. 락앤락 등 음식용기업체는 최근 붕규산 유리를 쓴 식기를 내놓고 있지만, 재활용업체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 재활용 유리를 회수해 다시 녹여 만드는 과정에서 붕규산 유리가 끼면 유리가 휘어지는 등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재활용업체도 붕규산 유리를 구분할 길은 없다. 겉면에 ‘분리 배출’ 표시도 없는 실정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은 “불량 유리는 전량 매립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용업체한텐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최근에 붕규산 유리 소비량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붕규산 유리 매출액은 2007년 42억원에서 지난해 151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 카트리지 카트리지 재제조업체는 폐카트리지를 모아 드럼과 토너를 분해한 뒤, 새로 잉크를 넣어 싼값에 다시 판다. 하지만 재제조업체들은 프린터 제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분해를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동근 카트리지재활용협회장은 “예전에 조이기만 하고 풀리지는 않는 ‘역방향 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업체들이 최근에는 아예 드럼과 토너를 고주파나 열로 접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재제조업체들이 톱이나 칼로 절단한 뒤 카트리지를 만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카트리지에 부착된 스마트칩도 논란거리다. 스마트칩은 토너의 사용량, 인쇄 매수 등의 정보를 프린터 본체와 주고받는 부품이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여기에 암호를 걸어 재제조업체가 스마트칩을 따라 만들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제조업체들은 암호를 풀어 유사 스마트칩을 만들고, 다시 제조업체는 새 스마트칩을 개발하는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9월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한 재제조업체를 상대로 스마트칩 제조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에 한국프린트·카트리지재제조협회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기술적 장치들을 사용해 토너·카트리지의 재활용을 방해하고 있다며 환경부에 개선 권고를 요청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자원순환사회연대 제공
붕규산 유리가 섞여 생긴 불량 유리병.
카트리지에 부착된 스마트칩도 논란거리다. 스마트칩은 토너의 사용량, 인쇄 매수 등의 정보를 프린터 본체와 주고받는 부품이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여기에 암호를 걸어 재제조업체가 스마트칩을 따라 만들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제조업체들은 암호를 풀어 유사 스마트칩을 만들고, 다시 제조업체는 새 스마트칩을 개발하는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 9월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한 재제조업체를 상대로 스마트칩 제조 및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에 한국프린트·카트리지재제조협회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기술적 장치들을 사용해 토너·카트리지의 재활용을 방해하고 있다며 환경부에 개선 권고를 요청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자원순환사회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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