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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사람] 파헤쳐지는 ‘강과 땅’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등록 2011-01-14 20:00

지율 스님
지율 스님
걷다 걷다 ‘이동식 미술관’ 차린 지율 스님
도심행보로 ‘낙동강 신음’ 전하다
이상엽씨 등 동참해 전시관 마련
“4대강 주제 작품들 보여줄 계획”

걷다가 걷다가 미술관을 차렸다.

지율 스님이 처음 서울 덕수궁과 광화문 도심을 걷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26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대낮에 스님과 사람들이 줄지어 걷는 모습은 이상했다. 사람들은 5~10m씩 떨어져 걸었으며, 망자를 보내는 행렬처럼 모두 액자를 들었다. 액자 속 사진엔 낙동강 경천대의 굽이치는 강물과 모래사장을 헤집는 포클레인이 담겨 있었다. 스님은 말했다.

“어디서 누군가는 뭔가 하고 있어야,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잊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반대운동을 벌인 이래 지율 스님은 새만금 사업과 4대강 사업에 투신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낙동강을 걸으며 사진과 글로 사라져가는 강과 생명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도 서울 도심을 걷는 고독한 발걸음에 힘을 보탰다. 처음 서울 도심을 걸었을 때는 5명이었다가, 최근에는 30명으로 늘어났다. 사람이 불면서 사진은 단편적 이미지에서 강이 신음하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4대강 사진은 서울의 격자형 거리에 물길을 이루었다.


14일 오후 사람들이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다시 모였다. 사진이 머무를 집이 생긴 것이다. 지율 스님은 “지난 11월 한 분이 세상을 등지며 얼마간의 돈을 기부했다”며 “강과 땅의 이야기를 계속할 장소로 이동식 미술관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동식 미술관의 기획·제작에는 사진가 이상엽(43)씨가 함께 했고, 서울의 독립작가집단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30)씨가 전시 기획에 나섰다. 미술관은 15㎡의 작은 컨테이너 유리박스다. 바깥 유리벽에 사진이 걸리고 안에는 미디어 아트나 설치물이 전시된다.

첫 전시는 지율 스님이 쓰고 기록한 4대강 사진과 글이다. 스님의 표현대로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아픔의 강가에 몸을 나투신(드러낸) 부처님”처럼 낙동강 중·상류는 파헤쳐지고 있다. 4대강 공사로 인해 훼손 논란을 빚은 고려시대 마애불도 후벽에 구멍이 뚫린 모습으로 말없이 걸려 있다. 박은선씨는 “앞으로 4대강을 주제로 삼은 젊은 미술가와 디자이너, 시사만화가들의 작품을 걸고 독립다큐멘터리를 상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예전에는 4대강 사업이 정부의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 공동체가 짓고 있는 공업(공동의 업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술관에서 나온 스님은 20여명과 함께 다시 사진을 들고 광화문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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