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 직원이 지난 1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남부시장에서 차량과 배출통의 무선주파수인식칩(RFID) 카드 시스템을 통해 각 가정과 업소에서 내놓은 음식물쓰레기의 무게를 재고 있다. 전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민들 “먹을 만큼만 요리”…2년만에 연 1만t 이상↓
음식점·단독주택 큰 호응 반면 아파트는 참여도 낮아
공동주택 세대별 계측 ‘무선칩’
설치비용 높지만 감축효과 클듯
음식점·단독주택 큰 호응 반면 아파트는 참여도 낮아
공동주택 세대별 계측 ‘무선칩’
설치비용 높지만 감축효과 클듯
버리는 음식물 해법은 없는가
①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대책 음식물쓰레기가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음식물을 많이 남기는 라이프 스타일이 자리잡아가면서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내년부터 ‘종량제 시행’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음식물쓰레기를 잘 관리하는 방안은 뭘까? 첫째, 음식물을 될 수 있으면 남기지 않고 둘째, 남긴 음식물은 따로 모으고 셋째, 음식물 자원화시설에서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이지만 생활 속에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음식물쓰레기 발생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의 문제점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배출량 비례제’ 시행지역 가보니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남부시장.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이 거리를 지나가자 상인들이 플라스틱 통을 내놓았다. 수거요원이 플라스틱 통을 차량 옆에 달린 계근장치에 걸었다. 계근장치의 모니터에 45㎏이라는 무게가 찍혔다. 이내 플라스틱 통은 수거차량의 적재함에 쓰레기를 쏟아내고 다시 상인의 손에 건네졌다.
전주시의 음식물 수거차량은 낮에는 상가, 밤에는 주택을 돌아다니며 남는 음식물을 모은다. 차량 계근장치에 찍힌 무게는 무선주파수인식칩(RFID)을 통해 바로 전주시 전산시스템으로 입력된다. 전주시 누리집의 ‘음식물쓰레기 수수료 조회’ 시스템에 접속해보니, 금방 버린 음식물 배출량이 확인됐다.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단위로 기록되고, 한 달 요금도 알 수 있다.
전주시는 남는 음식물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 ‘맛의 고장’이라는 수사를 입증하듯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식점 가운데 80%는 반찬을 많이 버리는 한식당이다. 2008년 하루 발생한 배출량만 263t으로, 전국 평균보다 20%가 많았다. 경기 부천시, 서울 강남구, 송파구에 이어 네번째로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곳이 바로 전주였다.
전주시는 2009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배출량 비례제’를 도입했다. 음식물 배출량만큼 수거료를 지불하는 종량제다. 음식점 등 대량 배출자는 120ℓ짜리 수거용기에 음식물을 버리면 수거차량이 직접 무게를 잰 뒤 가져간다. 단독주택 등 소량 배출자는 20ℓ 이하의 소규모 수거용기에 음식물을 내놓으면 수거용기만큼의 배출량이 산정돼 수수료가 부과된다. 단독주택에 사는 양귀순(55·효자동)씨는 “수거료를 아끼기 위해 먹을 만큼 요리하고 남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며 “음식물쓰레기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주시는 새 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배출량 비례제 시행 전인 2008년 음식물 수거량은 9만5912t에 이르렀으나, 시행 2년째인 지난해엔 8만2893t으로 13.5%가 줄었다. 특히 단독배출을 하는 단독주택·음식점·상가의 배출량은 22.4%나 줄었다. 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감량 효과가 크지 않았다. 동별로 남은 음식물을 모아 무게를 함께 잰 뒤, 공동으로 수수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출량이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김형준 전주시 자원관리과장은 “아파트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았다”며 “아파트단지에 재활용시설을 무상 설치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량 비례제가 시행되면서 음식물 수거료도 현실에 맞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한 달 배출량이 7500㎏인 예식·장례식장과 배출량이 예식·장례식장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일반음식점(270㎏)이 똑같은 2만7000원을 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예식·장례식장은 한 달 수거료가 19만6350원으로 7배 가까이 올랐고, 일반음식점은 7060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배달이 잦은 피자·통닭집도 1만2460원에서 3400원으로 줄었다. 전주시는 음식점 83%에서 수거료가 인하됐다고 밝혔다. 전주시와 같은 음식물 수거시스템은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 단위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10곳 이상의 지자체가 무선주파수인식칩에 기반한 종량제를 준비중이다. 김진명 환경부 음식물티에프팀장은 “경제적인 유인책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독신가구 증가 △외식문화 확산 △대형마트 난립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은 “일반 가정의 경우 종량제 초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차츰 새 제도에 적응하면서 감량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음식물 수거료가 비싸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효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①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대책 음식물쓰레기가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음식물을 많이 남기는 라이프 스타일이 자리잡아가면서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내년부터 ‘종량제 시행’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음식물쓰레기를 잘 관리하는 방안은 뭘까? 첫째, 음식물을 될 수 있으면 남기지 않고 둘째, 남긴 음식물은 따로 모으고 셋째, 음식물 자원화시설에서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원칙이지만 생활 속에서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음식물쓰레기 발생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의 문제점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배출량 비례제’ 시행지역 가보니
전주시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전주시는 2009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배출량 비례제’를 도입했다. 음식물 배출량만큼 수거료를 지불하는 종량제다. 음식점 등 대량 배출자는 120ℓ짜리 수거용기에 음식물을 버리면 수거차량이 직접 무게를 잰 뒤 가져간다. 단독주택 등 소량 배출자는 20ℓ 이하의 소규모 수거용기에 음식물을 내놓으면 수거용기만큼의 배출량이 산정돼 수수료가 부과된다. 단독주택에 사는 양귀순(55·효자동)씨는 “수거료를 아끼기 위해 먹을 만큼 요리하고 남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며 “음식물쓰레기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주시는 새 제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배출량 비례제 시행 전인 2008년 음식물 수거량은 9만5912t에 이르렀으나, 시행 2년째인 지난해엔 8만2893t으로 13.5%가 줄었다. 특히 단독배출을 하는 단독주택·음식점·상가의 배출량은 22.4%나 줄었다. 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감량 효과가 크지 않았다. 동별로 남은 음식물을 모아 무게를 함께 잰 뒤, 공동으로 수수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출량이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김형준 전주시 자원관리과장은 “아파트 주민들의 참여도가 낮았다”며 “아파트단지에 재활용시설을 무상 설치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출량 비례제가 시행되면서 음식물 수거료도 현실에 맞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한 달 배출량이 7500㎏인 예식·장례식장과 배출량이 예식·장례식장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일반음식점(270㎏)이 똑같은 2만7000원을 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서 예식·장례식장은 한 달 수거료가 19만6350원으로 7배 가까이 올랐고, 일반음식점은 7060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배달이 잦은 피자·통닭집도 1만2460원에서 3400원으로 줄었다. 전주시는 음식점 83%에서 수거료가 인하됐다고 밝혔다. 전주시와 같은 음식물 수거시스템은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 단위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10곳 이상의 지자체가 무선주파수인식칩에 기반한 종량제를 준비중이다. 김진명 환경부 음식물티에프팀장은 “경제적인 유인책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독신가구 증가 △외식문화 확산 △대형마트 난립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은 “일반 가정의 경우 종량제 초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차츰 새 제도에 적응하면서 감량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음식물 수거료가 비싸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효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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