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중봉의 유전자원 보존림인 신갈나무 군락. 사찰생태연구소 제공
고산지대 보호수종, 토양 등 환경에 민감
전문가들 “생존율 희박” 산림이식 회의적
올림픽 끝나면 ‘돈 먹는 애물단지’ 우려도
전문가들 “생존율 희박” 산림이식 회의적
올림픽 끝나면 ‘돈 먹는 애물단지’ 우려도
강원도가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에 스키 활강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환경·시민단체들은 “올림픽 유치에만 급급해 막개발을 하면, 환경과 재정 양쪽 모두에서 골병이 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원도 쪽에서 내놓은 가리왕산 수목 이식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스키 활강장 역시 대회가 끝나면 관리 비용만 들어가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환경보호 대책 실효성 없어 가리왕산의 신갈나무숲은 환경부 기준 녹지자연도 9등급의 절대보존지역이다. 환경부의 지리정보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생태자연도를 보면, 가리왕산 상봉과 중봉, 하봉 주변 대부분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원시림)으로 지정돼 산림청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사찰생태연구소 박희준 활동가는 “보호구역 안팎의 주목들은 모두 산림청의 관리용 번호 표찰을 달고 있다”며 “한국전쟁 때문에 국내 원시림은 전국적으로 극소수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평창올림픽유치지원단 이민식 시설처장은 “올림픽이 유치되면 관계법령을 조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 위법사항을 해소할 예정이지만, 무엇보다 스키장 건설로 훼손되는 유전자원보호림 면적의 두 배를 백두대간 지역에 이식·복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계획에 회의적이다. 1997년 무주·전주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특별법을 만들어 스키장 건설 지역의 수목들을 인근지역으로 이식했지만, 대부분 고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산지대의 유전자보호수종은 일조량과 수분, 토양 등에 민감해 옮겨 심을 경우 생존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송현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다 자란 나무를 옮겨 심으면 생존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며 “숲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와 뿌리가 다치지 않는 이식방법, 엄격한 사후관리 등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도 “이식 여부는 산림청에서 판단하는 것인데, 강원도는 산림청과 업무협약도 맺지 않는 등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 쪽은 현재 중봉 일대의 스키 활강장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산림청 국유림관리과 관계자도 “중봉 일대에 스키장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은 나왔지만 정확한 배치도는 알려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대회 기준을 보면, 해발 1400m 안팎의 남자코스는 대략 길이 3360m, 표고차 880m, 평균경사도 26.2%이며, 여자코스는 길이 2540m, 표고차 780m, 평균경사도 30.7%여서, 강원도도 이 기준에 맞춰 활강장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 올림픽 뒤엔 애물단지 전락 우려 가리왕산 중봉 일대 스키 활강장은 환경훼손뿐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위해 계획된 시설이라 올림픽 뒤에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사후에 이 정도의 경기시설을 유지·관리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고, 이를 위해선 추가로 혈세투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미 무주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스포츠 행사를 치르고 난 이후 뒷감당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섭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 사무처장은 “올림픽을 유치하더라도 반짝 활성화 뒤에는 알펜시아 등 과잉시설이 강원도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창/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산림청이 지난해 12월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등 국내 주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홍보하기 위해 펴낸 홍보물 일부.
김준섭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 사무처장은 “올림픽을 유치하더라도 반짝 활성화 뒤에는 알펜시아 등 과잉시설이 강원도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창/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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