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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세기말 멸종설 도는 ‘동물원 친구’ 북극곰, 살릴 수 있을까

등록 2011-02-22 20:05수정 2011-02-23 15:34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살고 있는 북극곰 ‘얼음’(왼쪽·암컷)과 ‘썰매’(수컷)가 지난 18일 우리 안에서 햇볕을 쬐며 걷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살고 있는 북극곰 ‘얼음’(왼쪽·암컷)과 ‘썰매’(수컷)가 지난 18일 우리 안에서 햇볕을 쬐며 걷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극곰 권위자 암스트럽 ‘생존 시나리오’ 주목
“온실가스 2020년 수준 유지…저감대책에 희망”
각국 감축계획 합의조차 안돼 현실화는 미지수
우리는 북극곰을 구할 수 있을까?

최근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빠진 북극곰은 어느 정도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는 북극곰이 이번 세기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북극곰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티븐 암스트럽 박사는 미국지질조사국(USGS) 연구팀과 함께 지난 1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바다얼음과 북극곰 생존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논문을 실었다.

지구온난화는 북극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구온난화는 북극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들은 북극곰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온실가스의 농도를 2020년 수준에서 묶어둔다면 북극곰의 멸종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내놓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현실화 가능성이 큰 에이원비(A1B) 시나리오 등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와 바다얼음 면적 그리고 북극곰 서식지를 모델링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인류가 온실가스 농도를 2020년 수준에서 유지하는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실행할 경우 현재 450만~500만㎢인 북극 바다얼음이 2030년대에 200만㎢로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갔다가 2050년대부터 250만~300만㎢로 늘어나며 안정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되면 북극곰의 생존율도 높아진다. 이번 세기 말 북극곰의 멸종 가능성은 북극권 4개 권역 중 2개 권역에서 30~50%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나머지 2개 권역에서는 현재 수준과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연도별 9월 북극 바다얼음 면적 예측량
연도별 9월 북극 바다얼음 면적 예측량
반면 온실가스 저감대책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북극의 바다얼음은 2020년대부터 급속히 녹아, 이번 세기 말에 대부분 사라진다. 북극곰의 멸종 가능성도 4개 권역 모두에서 50~80%로 높아진다는 예상이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바다얼음이 완전 소멸로 치닫는 임계점인 ‘티핑 포인트’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티핑 포인트는 갑자기 북극의 바다얼음이 붕괴되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녹는 시기를 말한다. 호수에 떠 있는 카누가 약한 물결에서는 안정을 되찾으려 운동하지만, 파도가 특정 수준으로 커지면 갑자기 뒤집어지는 양상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이 북극에서 티핑 포인트를 예상하는 이유는 이른바 ‘양의 되먹임’ 과정(그래픽 참조)이 이곳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바다얼음이 녹는다. 이에 따라 햇빛을 반사하는 하얀 면적이 줄어들고 바다와 지표면은 더 많은 태양복사에너지를 흡수한다. 지구 대기의 온도는 한층 높아진다. 그 결과 다시 바다얼음이 녹는다. 이렇게 북극의 열역학이 자기강화적으로 작용하면서 어느 순간 온도의 균형이 깨지고 바다얼음이 붕괴되는 것이다.

2007년 암스트럽 박사와 지질조사국 연구팀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세계 북극곰 2만2000마리 가운데 3분의 2가 2050년까지 사라지고, 나머지 북극곰도 멸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애초 예상이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가 이듬해 5월 북극곰을 ‘멸종위기보호법’의 위기종으로 선정하는 근거가 됐다. 암스트럽 박사는 “2007년 연구는 당시 배출전망치(BAU) 시나리오로 가정한 것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의 감소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과는 아직 북극곰을 구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결과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020년까지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잡아둔다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합의문조차 각국의 감축계획을 이끌지 못한 채 선언적인 규정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의 김성중 극지기후연구부장은 “2050년 전에 북극의 바다얼음이 티핑 포인트를 지날 것이라는 게 관련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하지만 기후모델은 모델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북극곰, 그것이 궁금하다

겨울잠? 여름잠!순종만? 잡종도!

■ 북극곰도 겨울잠을 자나요? 지리산 반달곰을 연구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팀의 양두하 박사는 “일반적으로 곰은 먹이가 적은 시기에 활동을 최소화한다”며 “반달곰이 겨울을 앞두고 도토리를 먹어 체지방을 키운 뒤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과 반대로 북극곰은 겨울에 물범 등을 사냥해 몸집을 불린 뒤 여름이 되면 활동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극곰이 반달곰처럼 굴을 파고 들어가 잠을 자지는 않는다. 내륙의 해안가에서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를 아낀다. 일종의 ‘여름잠’인 셈이다.

■ 북극곰은 물범만 먹나요? 여름에 활동을 최소화하는 북극곰은 이즈음 내륙의 해안가에서 산딸기, 동물의 사체 등을 주워 먹는다. 원래 여름의 해안가는 얼음이 얼지 않아 고위도의 북극 바다얼음까지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물범을 못 먹어서 식물을 먹는 것은 아니다.

■ 동물원이 있다면 북극곰은 멸종하지 않겠죠? 북극곰은 동물원에서 번식하기가 힘들다. 북극과 맞지 않는 기온과 갇힌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원에서 북극곰이 번식하면 뉴스가 된다. 2006년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크누트는 이런 이유로 유명해졌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노종옥 사육사는 “2009년 암컷 북극곰 얼음이의 배가 봉긋해져 사육사들이 임신으로 여겨 분만실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북극곰을 비롯한 곰은 교미 뒤 수정란이 바로 착상되지 않고 출산 2달 전에 몸 상태와 먹이조건을 보고 착상한다. 몸집도 워낙 커서 착상을 거쳐 임신을 하더라도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고 임신 검사도 마취제를 써야 해 힘들다.

■ 북극곰의 잡종이 있다는데 2006년 캐나다 북극권 뱅크스섬에서는 머리가 북극곰처럼 작고 등은 갈색곰(그리즐리)처럼 혹이 솟아 있는 곰이 발견됐다.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 이 곰은 북극곰과 갈색곰의 잡종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신종이 탄생한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고 있다. 북극곰 서식지의 남방한계선과 갈색곰 서식지의 북방한계선이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겹치는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잡종이 늘어날 수는 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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