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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겨울 수난 산양들 ‘설악산으로 이사갈걸’

등록 2011-03-08 20:58수정 2011-03-08 22:23

전국 산양 서식 실태
전국 산양 서식 실태
GPS 몸에 단 설악산 산양
추위 속 탈진해 쓰러져도
구조팀이 찾아 극진보호
날씨 풀리면 다시 ‘집으로’

풀잎이나 나뭇잎, 열매를 먹고사는 산양은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없다. 사실상 단식체제에 들어가지만 먹이를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다 폭설이 내리면 산양은 꼼짝없이 갇힌다.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탈진하고 만다. 겨울은 산양에게 위기의 계절이다.

2009년 겨울부터 잦아진 겨울 폭설은 가뜩이나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남한에 서식하는 산양은 수백마리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2002년 용역을 의뢰해 조사해 보니, 산양의 개체 수가 690~784마리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겨울철 아사 위기에서 산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들이 있다. 설악산과 월악산 국립공원에서는 연중 산양 연구·조사와 보호 활동이 펼쳐진다. 하지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산양들도 있다. 촘촘한 ‘생명안전망’이 있는 설악산 산양에 비해, 울진·삼척의 산양은 ‘방치 상태’다. 두 곳 모두 산양이 100마리 이상 사는 최대 서식지다. 두 지역을 찾아가 비교해봤다.

산양구조과정
산양구조과정
■ 행복한 설악산 산양 지난 3일 아침 강원 속초시 설악동의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회의를 마친 산양팀원 8명이 위성위치추적장치(GPS) 등 장비를 들고 저항령 계곡을 올랐다. 전날까지 이들은 설악산 일대에서 거의 매일 ‘산양 순찰’을 돌았다. 눈에 파묻힌 산양이 없는지 조사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눈 속에서 탈진한 어미 산양과 새끼를 구조했다. 이어 21일 구조한 수컷은 지피에스를 달고 있는 ‘관찰 개체’였다. 산양팀 이배근 과장은 “개체 수가 워낙 적어서 단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는 것”이라며 “지피에스 신호가 움직이지 않으면 현장 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날 눈 상태를 점검하더니 “눈이 어느 정도 녹아 산양 고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지피에스가 달린 ‘3번 산양’을 구조해 몸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대량폐사 울진·삼척 산양
순찰팀도 수의사도 없어
하루가 멀다하고 떼죽음
“전국적인 관리로 바꿔야”

3시간의 수색 끝에 저항령 계곡의 한 능선에서 3번 산양이 잡혔다. 그물도 마취총도 필요 없었다. 산양은 눈밭에서 쫓기다가 지치니 가만히 웅크리고 앉았다. 양정진 수의사가 다가가 가만히 산양을 감싸안고 진정시켰다. 두 시간 뒤, 산양은 설악동 숲에 있는 계류장(임시 쉼터)으로 내려왔다. 3번은 허약하기로 유명하다. 원래 2008년 폭설에 갇혔다 구조돼 인간과 인연을 맺고 지피에스가 부착돼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난해에도 고립됐다가 구조돼 재방사됐는데 이번에 또 붙잡힌 것이다. 겨울 굶주림 때문에 30㎏ 나가던 몸무게가 19.5㎏으로 줄었다. 양 수의사는 청진기를 떼고 “몸 상태가 수척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번 산양은 계류장에서 원기를 회복한 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저항령 계곡으로 돌아가게 된다.
■ 위태로운 울진·삼척 산양 지난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환경·지역단체 회원들이 산양 모니터링을 위해 산에 들어가려 했으나, 워낙 눈이 많이 쌓여 진입하지도 못했다. 배보람 녹색연합 활동가는 “정기적으로 순찰해 고립된 산양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3개 조로 나뉘어 순찰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설악산과 달리 이곳에는 구조팀도 수의사도 없다.
지난해 3~4월은 울진과 삼척에 사는 산양에게 끔찍한 봄이었다. 3월23일 두천리 찬물내기의 계곡가에서 쓰러진 산양이 숲해설가들에게 발견됐다. 탈진한 산양은 저항할 힘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규봉 울진숲길 사무국장은 “울진의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적당한 케이지가 없어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다리를 묶고 링거를 맞혔다”고 말했다. 병원이 좁아 결국 문화재청 지정병원이 있는 영주로 옮겼지만, 산양은 6시간 만에 숨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양 폐사 신고가 이어졌고 이런 식으로 23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올겨울에는 지난 1월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서 처음으로 산양의 사체가 발견됐다.

지난해 대량 폐사 사태 탓에 환경부는 최근 울진 왕피천 일대에 먹이급여대 5곳과 600㎡의 계류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전조사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철 울진숲길 산양보호센터 국장은 “먹이급여대가 설치된 일부 지점의 경우 시시티브이(CCTV)에서도 산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생태조사가 먼저 시행돼야 구난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진·삼척의 산양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담당하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제도적 구난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조사 결과, 산양의 서식영역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식지에서 멀리 가지 않기 때문에 한번 조사가 이뤄지면 사후관리는 쉬운 편이다. △전수조사와 모니터링 △수의사 배치 △구조센터 설치 등을 환경단체는 요구하고 있다.

설악산·울진/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구조→번식→방사생태학습장 연다

5~6월께 인제군에 예정

겨울철에 구조된 산양을 자연과 가까운 상태에서 번식시켜 자연에 되돌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8일 “5~6월께 강원 인제군 용대리에 산양생태학습장의 문을 열고 설악산 등에서 구조된 산양을 번식시켜 재방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양생태학습장에는 생태보전협력기금 5억원이 투입되고, 부지와 시설은 인제군이 제공한다.

1만㎡ 규모의 산양생태학습장은 적응장, 학습장, 증식장 등으로 구성된다. 동물원 같은 사육장이 아니라 기존의 숲에 울타리를 쳐서 자연에 가까운 상태가 유지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겨울철 폭설로 구조된 산양을 이곳에서 안정시키면서 교미를 기다려 번식시킬 예정”이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자연으로 재방사한다”고 말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설악산 산양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관련 정보를 파악한 뒤, 앞으로 다른 지역 산양과 교배하거나 다른 지역에 방사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산양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배근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과장은 “각 지역의 산양 유전자 현황을 파악하고 번식과 재방사를 통해 백두대간을 따라 서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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