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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원전4호기 안전점검 위해 전원차단 버튼 눌렀다 ‘꽝’

등록 2011-04-25 20:37수정 2011-04-25 21:58

체르노빌 원전 주변 방사능 농도
체르노빌 원전 주변 방사능 농도
[체르노빌 원전재앙 25년] 당시 근무자가 본 사고현장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 당시 4호기 핵심부인 운영통제실에서 근무한 올렉시 브레우스(52)를 24일 키예프의 아파트에서 만났다. 그는 사고 직후 체르노빌을 떠났고 1990년부터 사회·환경미술집단인 ‘스트론튬90’에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날을 기억하나?

“이틀 휴가 뒤 출근하는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커피를 마시고 아침 7시30분에 프리퍄티 거리에 나가 버스를 탔다. 발전소 앞에 도착했을 때, 전날 밤 사고로 4호기 건물 반 이상이 날아갔더라. 머리털이 주뼛 섰다. 바로 4호기를 총괄하는 운영통제실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온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통제실의 상황은 어땠나?

“모두들 물을 뿌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더라. 최악의 상황처럼 보였다. 우선 동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영통제실은 5인1조로 교대 근무했다. 사고 당시 밤 근무자였던 레오니트 토프투노프를 발견했지만 며칠 뒤 숨졌다.”

-실험을 위해 원자로 출력을 낮추다가 예상치 못한 핵분열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는 당연히 해야 하는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토프투노프가 비상정지버튼을 눌렀다. 다른 때라면 정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갑자기 불꽃이 튀듯이, 급격한 원자로 감속이 핵분열을 가속화시켰고 이것이 폭발로 이어졌다.”

-사고 수습은 어떻게 진행됐나?


“나는 원자로 안에 물을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물이 고이지 않고 3호기와 2호기 쪽으로 번졌다. 다른 원자로도 위험해질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물을 뿌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프리퍄티 강에 나가서 물을 공급하도록 했다.”

-운영통제실은 위험하지 않았나?

“오전 11시 책임자인 빅토르 스마긴이 모두 나가라고 명령했다. 우리는 빅토르를 남겨두고 3호기로 갔다. 그는 결국 12시께 나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다음 책임자는 나였다. 대여섯번 운영통제실에 들락날락하면서 오후 4시께 냉각수 공급 시스템 전원을 켰다.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4호기를 떠났다. 하지만 사흘 만에 방사능 노출량이 1.2시버트(㏜)에 이르러 더이상 일할 수 없었다(연간 작업자 피폭량 허용치의 24배). 워낙 당황해서 아픈지도 몰랐다. 집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온몸에 붉은 반점이 있고 숨쉬기가 힘들더라. 나는 이내 괜찮아졌지만 빅토르 스마긴은 모스크바에서 백혈병으로 투병중이다.”

-체르노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2년 뒤 나는 대학에서 다시 저널리즘을 전공해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미술가로 활동중이다. 예전에는 지식과 기술을 믿었다면 지금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게 내 일이다. 원자력 기술의 발전은 진보일 수도 있지만 퇴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기차에 탔지만 원하는 때에 내릴 수 없다.” 키예프/글·사진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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