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젤리 속에 있는 성장중인 여왕벌 유충. 출처/ Wikimedia Commons
로열 젤리(왕벌젖)는 여왕벌의 상징이다. 일벌들한테서 분비되는 로열 젤리의 영양식을 꿀벌 유충이 많이 먹으면 점차 몸집이 크고 알을 많이 낳는 여왕벌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여왕벌이기 때문에 로열 젤리를 먹으며 사는 게 아니라 로열 젤리를 먹기 때문에 여왕벌이 된다. 이렇게 로열 젤리는 여왕벌과 일벌의 신분을 가르는 결정적 구실을 하지만, 어떤 성분이 로열 젤리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는 자세히 밝혀져지 못했다.
최근에 로열 젤리에 든 ‘로열락틴(royalactin)’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일본 토야마현립대학 생명공학연구소의 곤충학자인 가마구라 마사키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로열락틴이 꿀벌에서 여왕벌을 만든다(Royalactin induces queen differentiation in honey bees)”라는 제목의 논문을 단독저자로 발표했다.
그동안 사회성 곤충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암컷 벌들이 태생적인 유전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로열 젤리 먹이 때문에 여왕벌과 일벌로 신분이 갈라지는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왔다. 또 로열 젤리에 든 특별한 성분들이 어떤 신경생리적 작용을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성장 호르몬이나 여러 단백질들의 작용이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네이처〉 뉴스 블로그).
이번 논문의 저자도 ‘로열 젤리를 로열 젤리로 만드는 특별한 성분’을 찾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꿀벌(학명 Apis mellifera)은 암컷 성충이 여왕벌과 일벌이라는 두 가지의 상호의존적인 신분을 이루는 다형성(polyphenism) 곤충이다. 신분은 신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암컷 꿀벌이 놓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형태변화(dimorphism)는 유전적인 차이 때문이 아니다. 여왕벌은 일벌에 비해 더 큰 몸집을 지니며 더 짧은 성장기를 거친다. 또 수명은 일벌의 10배나 되며 대체로 1~2년을 살면서 하루에 2000개의 알을 낳는다. 반면에 일벌들은 어린 유충들을 기르고 꽃꿀을 모은다. 일벌들이 분비하는 로열 젤리의 영양식을 유충한테 먹이면, 유충은 여왕으로 변화한다. 로열젤리는 신분 차별화를 결정하는 특정한 인자를 지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까지 식별되지(identified) 못했다. 더욱이 ‘성장기 호르몬과 엑디스테로이드(ecdysteroid)에 대해 신분별 조절 작용’과 ‘신분 차별화 과정에 나타나는 성장 신호’ 사이의 관계들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나는 꿀벌에서 신분 차별화를 일으키는 인자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런 인자가 특정 신분의 성장 경로를 어떻게 추동하느냐 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논문 앞부분에서)
먼저 그는 로열 젤리에서 로열락틴이라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보관 기간과 온도를 다르게 하면서 보관돼 성분이 변성된 로열 젤리들을 유충에 먹여 ‘여왕벌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그러면서 가장 오랜 동안 제 기능을 유지하는 단백질들 중에서 찾아낸 게 로열락틴 단백질이었다. 이어서 그는 주로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로열 젤리에 잘 반응하는 실험용 초파리를 골라 로열 젤리, 즉 로열락틴 먹이를 먹였더니, 초파리는 몸집이 커지고 더 많은 알을 낳으며 더 오래 사는 ‘로열 젤리 효과’를 나타냈다.
가마구라 박사는 로열 젤리 효과를 일으키는 데에는 또다른 단백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상피세포 성장 호르몬을 감지하는 수용체(EGFR)를 없앤 초파리에선 로열 젤리를 아무리 먹여도 기대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EGFR이라는 단백질이 매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로열 젤리에 든 특정 인자인 로열락틴이 EGFR이 매개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서 여왕벌의 성장을 추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번 논문의 내용을 요약한 초록 부분이다.
꿀벌은 두 가지의 암컷 신분을 이룬다. 여왕과 일벌이 그것이다. 이런 형태변화는 유전적 차이가 있느냐가 아니라 로열 젤리를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로열 젤리가 신분 차별화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오랜 동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나는 로열 젤리에 있는 57-kDa라는 단백질(로열락틴이라고도 불렸다)이 꿀벌 유충을 여왕벌로 다르게 성장하도록 유도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꿀벌들한테 로열락틴은 몸집을 크게 만들며 난소의 성장을 증대하고 성장기를 단축시켰다. 놀랍게도 초파리(학명 Drosophila melanogaster)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메카니즘 연구를 통해, 로열락틴이 p70 S6 활성효소를 활성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활성효소는 몸집의 증가에 관련돼 있으며, 성장시간 단축에 관여하고 유충 성장의 필수 호르몬의 적정량을 증대하는 구실을 하는 유사분열물질 활성화 단백 활성효소의 활성을 증대했다. 꿀벌과 초파리 비만체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ic growth factor receptor)의 유전자 기능을 제거했더니, 로열락틴이 일으키는 표현형들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Egfr이 이런 작용들을 매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열 젤리의 특정 인자인 로열락틴이 Egfr로 매개되는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서 여왕벌의 성장을 추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사실 암컷 유충이 여왕벌이 되는 과정은 한 가지 요인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로열 젤리를 둘러싸고 많은 연구자들한테궁금증과 새로운 실험 시도를 부추기는 도전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한 연구자는 <네이처> 뉴스 블로그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로열 젤리에는 중요한 성분이 수십 가지나 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어느 하나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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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학명 Apis mellifera)은 암컷 성충이 여왕벌과 일벌이라는 두 가지의 상호의존적인 신분을 이루는 다형성(polyphenism) 곤충이다. 신분은 신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에 암컷 꿀벌이 놓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형태변화(dimorphism)는 유전적인 차이 때문이 아니다. 여왕벌은 일벌에 비해 더 큰 몸집을 지니며 더 짧은 성장기를 거친다. 또 수명은 일벌의 10배나 되며 대체로 1~2년을 살면서 하루에 2000개의 알을 낳는다. 반면에 일벌들은 어린 유충들을 기르고 꽃꿀을 모은다. 일벌들이 분비하는 로열 젤리의 영양식을 유충한테 먹이면, 유충은 여왕으로 변화한다. 로열젤리는 신분 차별화를 결정하는 특정한 인자를 지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까지 식별되지(identified) 못했다. 더욱이 ‘성장기 호르몬과 엑디스테로이드(ecdysteroid)에 대해 신분별 조절 작용’과 ‘신분 차별화 과정에 나타나는 성장 신호’ 사이의 관계들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나는 꿀벌에서 신분 차별화를 일으키는 인자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런 인자가 특정 신분의 성장 경로를 어떻게 추동하느냐 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논문 앞부분에서)
로열 제리(로열락틴)을 먹고 몸집이 커진 초파리. 출처/ 네이처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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