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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학교·학원도 ‘석면 주의보’…아이들이 위험하다

등록 2011-05-03 20:03수정 2011-05-03 21:42

학원 건물 중에서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가 파손된 곳도 적지 않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석면 노출이 우려된다.
학원 건물 중에서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가 파손된 곳도 적지 않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석면 노출이 우려된다.
서울 학원건물 5곳 조사, 최고 6% 백석면 검출
천장재 등 파손…학교 운동장 조경석서도 발견
소규모시설 규제 안돼…“방지대책 마련 시급”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자주 노출될 수 있는 위험군은 누구일까? 일단 석면 폐광 인근의 주민과 석면 함유 물질을 다루는 노동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밤낮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어린이와 청소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과후에 찾는 학원 건물이 ‘석면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그나마 초보적인 관리가 이뤄지지만 학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서울의 5개 학원 밀집 건물에서 석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5개 건물 11개 시료에서 최고 6%의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석면이 사용된 천장 마감재(텍스)가 파손된 곳도 적지 않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석면 노출이 우려된다.

석면이 검출된 한 학교 운동장의 전시 암석.
석면이 검출된 한 학교 운동장의 전시 암석.
이번 조사는 서울 서초동과 목동, 가양동, 월계동의 학원 밀집 상가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됐다. 석면은 인체에 축적돼 악성중피종과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2009년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과 함량 0.1% 이상 제품의 제조나 수입·사용이 금지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영어·미술학원과 독서실 등이 입주한 서초동 ㄱ상가의 복도 천장재에서 3% 농도의 갈석면, 4~6% 농도의 백석면이 나왔다. 또한 이 건물 3개층 복도 78곳의 천장재가 일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면이 함유된 천장재가 부서질 경우 부스러기가 공기 중에 날려 사람이 흡입할 수 있다.

영어학원과 태권도장이 있는 가양동 ㄴ상가에서도 2~3%의 백석면이 검출됐고 복도 천장재 30곳이 부서져 있었다. 월계동 ㄷ상가의 독서실에서는 부서진 석면 천장재가 책상 위에 얹어진 사물함 위로 떨어져 있었고 여기서 4% 농도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1970~80년대 지어진 건물이 많은 학교에선 교실과 복도 천장에 ‘석면 텍스’가 많이 쓰였다. 값싸면서도 깔끔하고 단열·방음 기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1만9815곳을 대상으로 한 ‘학교 석면 실태조사’에서도 85.7%인 1만6982곳에서 석면 텍스 등 석면 함유 물질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이를 토대로 교실 천장재가 10분의 1 이상 파손되는 등 위험이 큰 1등급 22곳에 긴급 조처를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한 시·도 교육청은 정밀조사를 거쳐 천장 교체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교실 밖은 상황이 다르다. 학교 운동장에 전시된 학습용 광물과 조경석에서 석면이 발견되는 등 교과부 대책에 허점이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이날 함께 공개한 ‘학교 석면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 동대문구 경희초등학교의 학습용 전시 암석에서 백석면이 원석째 검출됐다. 전시 암석은 운동장 가에 놓여 있어 어린이들이 손쉽게 만질 수 있었다. 은평구 북한산초, 중랑구 면남초, 강동구 신암초에서도 석면의 일종인 트레몰라이트와 백석면 등이 나왔고, 중구 남산초 조경석에서도 트레몰라이트가 검출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일부 전시 암석에선 석면 광맥이 뚜렷이 보이기까지 했다”며 “조경석도 잘게 부서질 경우 바람에 흩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석면의 위험성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경고됐지만, 학교의 경우 학교보건법에 따라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게 돼 있는 교실을 중심으로 석면 검사가 이뤄지고 대책이 나왔을 뿐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이 학교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 건물은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원법은 시설 기준에 건축물 재질 등을 규정하지 않았다”며 “교육시설이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라서 따로 규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중위생법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은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게 돼 있지만, 그나마 학생들이 다니는 소규모 보습학원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석면 규제를 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학원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벌여 석면 실태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학원 스스로 안전한 환경으로 개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교실 밖 시설과 건축물에 대해서도 일제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석면 질환의 잠복기가 길게는 20~30년이어서 어린이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 30·40대의 젊은 나이에 암 등이 발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 석면 노출 예방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우선시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어린이·청소년이 석면에 노출되는 경로를 파악하고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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