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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구제역 가축, 대규모 살처분할 필요 없다

등록 2011-05-06 14:40수정 2011-05-06 18:23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한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돼지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한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돼지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영국 동물건강연구소 찰스톤박사 ‘사이언스’에 논문
감염 기간 1.7일에 불과…0.5일까지는 전염 안 시켜
“증상 나타난 가축만 재빨리 살처분하는 게 효과적”
구제역에 걸린 가축의 대규모 살처분이 불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는 기간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브라이언 찰스톤 영국 서리 동물건강연구소 박사와 에딘버러 대학 연구자들은 6일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참여 연구자인 마크 울하우스 에딘버러대 교수는 미국 과학진흥협회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로 우리가 알아왔던 구제역에 관한 사실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협회는 이번 연구로 감염병 전반에 대한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을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구제역 바이러스의 정확한 잠복기와 감염 가능 기간을 규명하기 위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를 그렇지 않은 소와 한 방에 8시간 가량 가두어 직접 접촉하게 한 뒤 실제로 감염이 일어나는지 등을 분석했다.

건강한 소 28마리를 이런 방식으로 감염시켜본 결과 8마리만을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그 이유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감염 기간이 현재 밝혀져 있는 것보다 훨씬 짧은 평균 1.7일이었고, 소에게 증상이 나타난 뒤 평균 0.5일까지는 전염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소라도 실제로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혈액 감염은 이제까지 전염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왔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평균 1.7일 동안만 전염을 시키고, 이후엔 면역작용이 작동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붉은 색)는 감염된 세포의 핵(푸른 색) 근처에서 증식한다. 출처=미국 과학진흥협회
구제역 바이러스(붉은 색)는 감염된 세포의 핵(푸른 색) 근처에서 증식한다. 출처=미국 과학진흥협회

이번 연구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밝혀지면 전염을 막기 위해 증상이 드러나기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살처분을 하는 이제까지의 구제역 방역대책이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증상이 나타나기 몇 시간 전 또는 며칠 전에도 다른 소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발생 지역을 격리하고 그 지역 가축을 대규모로 살처분하는 것이 구제역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겼다.

그러나 울하우스 교수는 "감염된 소를 조기에 검출해 신속히 제거한다면 감염 인근 지역의 모든 소들을 선제적으로 살처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가 실질적 의미를 지니려면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적어도 24시간 전에 감염 여부를 알아낼 실용적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보균자 상태로 되는 것을 우려해 소극적이던 구제역 백신 접종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전염력이 없다면 구제역이 발생한 뒤에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4달 남짓 우리나라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은 소 15만 마리, 돼지 330만 마리에 이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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