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지역 무인카메라 확인
환경평가선 서식 사실 빠져
“케이블카 사업 재검토 필요”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종 1급
환경평가선 서식 사실 빠져
“케이블카 사업 재검토 필요”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종 1급
케이블카가 설치될 예정인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민간인통제선 지역에서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사향노루(위 사진)가 발견됐다.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화천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향노루의 서식 사실이 빠져 있어, 케이블카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백암산 민간인통제선 지역을 무인카메라로 조사한 결과, 사향노루를 비롯해 담비(아래 왼쪽), 너구리, 산양(아래 오른쪽) 등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비무장지대 바깥 지역에서 사향노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주변 비무장지대 철책 안쪽에서 사향노루 무리가 살고 있지만, 철책 때문에 이들이 민통선 지역으로 넘어오긴 힘들다”며 “사향노루가 민통선 지역에서도 독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환경부가 협의를 완료해준 이 일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향노루 서식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환경영향평가 협의 결과를 보면, 삵과 노루, 너구리 등의 서식 사실만 평가서에 들어가 있고, 야생동물이 추가 확인될 경우 사후영향조사를 하라고 규정했다.
지식경제부에 의해 ‘평화·생태특구’로 지정된 이 일대는 ‘디엠제트(DMZ·비무장지대) 평화안보파크’ 등 대규모 관광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화천군은 올해 안에 화천읍 풍산리에서 백암산 정상(1100m)까지 길이 2㎞의 케이블카 설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이곳이 산양·수달 등이 사는, 국내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태계라며 사업을 반대해왔다.
이날 사향노루 서식 사실이 알려지자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어 “‘협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안이 발생해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은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실하게 협의를 해준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백암산이 사향노루의 유일한 서식처인 만큼 케이블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사향노루에게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화천군에 사향노루 보전대책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향노루는 밀렵 탓에 남한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2009~2010년 백암산 비무장지대 안쪽에서 일부 개체가 발견된 바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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