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의 쇠퇴
한여름에 아까시나무의 잎이 노랗게 물들어 낙엽이 지는 ‘아까시나무 쇠퇴 현상’이 2000년대 중반에 전국에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론 1970년대 이후 아까시나무 조림이 중단되면서 노화가 나타난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했다.
그러나 요즘 이런 황화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아까시나무의 쇠퇴는 멈춘 걸까.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는 “황화가 심하지 않다 뿐이지 쇠퇴가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큰 아까시나무의 꼭대기 부분이 말라죽는 현상을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그 증거다. 신 박사는 “아까시나무는 토양이 황폐한 곳에 먼저 들어오는 선구 수종이어서 다른 나무와 경쟁을 하거나 그늘진 환경에서는 잘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전쟁 뒤 황폐했던 국토를 녹화하는 데 아까시나무는 큰 구실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북미 원산인 아까시나무는 19세기 말 들여와 1970년대까지 심은 대표적 조림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꿀 공급 식물이자 산림녹화에 기여했지만, 아까시나무는 생활력이 너무 강해 퇴치가 곤란한 나무라는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얕고 목재의 비중이 커 바람 피해를 잘 받아 대개 50년을 넘기지 못한다. 무엇보다 산림이 건강해지면서 아까시나무의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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