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제비갈매기
서식지서 1100㎞ 북쪽으로
태풍 ‘메아리’ 경로와 일치
태풍 ‘메아리’ 경로와 일치
태풍 때문일까? 기후변화 때문일까?
지난 6월26일 국립생물자원관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해안에서 희귀한 새를 발견했다. 몸 길이는 42㎝로 괭이갈매기와 비슷했지만 검은색 다리와 갈기처럼 튀어나온 깃이 달랐다. 조류도감을 뒤적여보고서야 이 새가 큰제비갈매기(사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큰제비갈매기는 1917년 인천 연안에서 채집된 뒤로 국내에선 한 번도 관찰된 적이 없었다.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안 등에서 사는 아열대성 조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새는 이튿날까지 협재해수욕장을 비롯해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등에서 30여 마리가 발견됐다. 서식지에서 북쪽으로 1100㎞ 떨어진 곳들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4일 “이번에 발견된 큰제비갈매기는 태풍을 따라 올라온 ‘길 잃은 새’”라고 밝혔다. 큰제비갈매기의 원래 서식지와 제주도에서의 관찰 시점이 지난 6월 북상한 태풍 ‘메아리’의 이동 경로 및 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를 넓힌 것이라면 이 새가 지속적으로 관찰돼야 한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 아열대의 먹이(물고기 등)가 북상하고, 새가 이를 따라왔다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발견된 아열대성 조류는 큰제비갈매기말고도 많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큰군함조, 푸른날개팔색조 등 국내 미기록종이 새로 발견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한반도로 넓혀졌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다만 밤색날개뻐꾸기와 갈색얼간이새의 경우 과거에 비해 관찰되는 횟수가 많아져, 서식권을 확대하고 있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