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꼬리 투구새우’ 농법 주도하는 박관우 옴천면 농업인상담소장
‘멸종위기 동식물 2급’ 갑각류
잡초발생 95% 감소효과 발견
“기존비용 절반…환경성 우수”
‘멸종위기 동식물 2급’ 갑각류
잡초발생 95% 감소효과 발견
“기존비용 절반…환경성 우수”
“올챙이도 아닌 것이, 새우도 아닌 것이.” 지난 22일 전남 강진군 옴천면 개산리 들판. 포충망을 든 박관우(40·사진) 옴천면 농업인상담소장은 10년 전 처음 긴꼬리투구새우(Tadpole Shrimps)를 발견했을 때의 경이로운 순간을 묘사하느라 애썼다. 그는 인근 칠량면의 한 농가에서 등쪽에 투구를 쓴 ‘3억년 전의 진객’을 만났다.
“살아있는 화석 같았어요. 먹이를 찾고, 산란을 하기 위해 논바닥을 마구 헤집고 다니더라구요. 논바닥에 흙탕물을 잔뜩 만들어내는 걸 보고 순간 친환경 농업에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3년 동안 강진농업기술센터에서 투구새우를 이용한 잡초방제와 투구새우의 대량증식 가능성을 연구했다. 투구새우는 3억년 전 고생대부터 서식했던 자웅동체 갑각류로, 부화조건이 맞지 않으면 알 상태로 10년 넘게 버티고, 부화하면 10일 만에 산란을 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경지정리와 농약살포 때문에 자취를 감추었던 투구새우가 친환경 농업 덕분에 30~40년 만에 복원되는 현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는 우선 시험 증식을 시도했다. 시험포에서 투구새우가 섭씨 15~30도 물 속에서 부화한 뒤 7차례 탈피를 거듭해 길이 25~30㎜로 자라는 것을 관찰했다. 수온이 35도를 넘거나 비료·농약에 노출되면 사라지는 등 환경적으로 민감하기 짝이 없었다. 논바닥에 흙탕물을 만들기 때문에 1㎡에 30마리가 있으면 광발아성 잡초가 싹트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개구리나 물방개 등 천적에는 취약했다. 실증 재배에선 ‘잡초 발생을 95% 정도 막는다’는 효과도 조사했다.
“투구새우는 친환경 농법의 제초에 쓰이는 왕우렁이나 청둥오리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경제성과 환경성에서도 훨씬 우수하지요.”
그는 논 990㎡에 벼를 재배하는 데 드는 제초 비용이 왕우렁이나 제초제를 쓰면 1만5000원이 들지만, 투구새우는 절반인 7500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환경적으로도 왕우렁이는 변종 발생, 청둥오리는 배설물이 골칫거리인 반면 투구새우는 논물을 빼거나 수온이 오르면 절로 사라지기 때문에 뒷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결과를 모아 그는 2004년 ‘논 잡초의 생물학적 방제 기술’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듬해 투구새우가 환경부의 ‘멸종위기 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후 5년 남짓 자료를 축적한 그는 최근 고령·영양·거제·김해·해남 등 전국 10여 곳에서 투구새우의 집단서식이 확인되자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친환경 농업특구이자 투구새우 서식지인 옴천면에서 이 기술의 정밀시험과 특허출원을 준비중이다.
“미국에선 12달러짜리 애완용 키트로 팔리고, 일본에선 잡초 제거에 활용하기도 했어요. 우리도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보호와 활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진/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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