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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반도, 아열대 기후 ‘북상중’…장마 대신 우기?

등록 2011-07-28 21:14수정 2011-07-28 22:51

서울지역 장마와 집중호우 기간 강수량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어떻기에
서울, 1년치 강수량 95% 내려
장마 뒤에 집중호우 잦아져
‘극한 기상 현상의 일종’ 분석
60년뒤 남한 대부분 아열대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커져
한반도가 동남아시아처럼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걸까?

지난달 시작한 장마부터 이번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를 합치면,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일년치 강수량의 95%에 이른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최근 100년 동안 1.7도 올라갔고,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감귤과 한라봉은 내륙으로 상륙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최근 몇 년의 기상 패턴을 가지고 아열대 기후라고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기후대 구분법은 학자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의 구분법을 적용하면, 이미 우리나라 남해안은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트레와다는 평균기온 10도가 넘는 달이 1년 중 8개월을 넘으면 아열대 기후로 정의한다. 한반도 내륙은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이 평균기온 10도를 넘어 한달이 모자란다. 반면 제주와 경남 통영, 전남 목포 등은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 아열대로 분류되는 ‘8개월 기준’을 충족한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아열대 기후의 북방한계선이 조금씩 북상하는 경향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현재 기온 추세를 볼 때, 이르면 60년 뒤에는 강원 내륙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에 속한다는 예상도 있다.

폭우로 끊어진 철교=28일 오전 철도 관계자들이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천의 끊어진 경원선 철교 구간을 살펴보고 있다.  연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폭우로 끊어진 철교=28일 오전 철도 관계자들이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천의 끊어진 경원선 철교 구간을 살펴보고 있다. 연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그러나 아열대 기후라고 해서 이번 서울에서처럼 사흘 동안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는 건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잦은 스콜(열대성 소나기)과도 양상이 다르다. 스콜은 지표면이 뜨거운 낮에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폭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렸다. 권 소장은 “스콜은 낮에 달궈진 지표면의 열기가 상승하는 대류현상 때문에 발생하지만, 이번 폭우는 제트기류와 공기의 습도차 등 대기 상하층의 운동역학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폭우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현상의 일종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설, 한파와 열파는 지구온난화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수증기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연히 강수량이 많아진다. 극지보다 열대지방에 비가 많이 내리는 이유다. 이번에 폭우가 쏟아진 서울은 지난 100년 동안 연평균 기온이 2.4도 상승했다. 강수량도 1156.1㎜에서 1580.7㎜로 37%나 늘었다.

강수량이 많아지면 시간별, 지역별 편차도 커진다. 한번 비가 내리면 비구름이 생기는 포화 수증기량을 모을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되고, 비구름대가 형성되는 지역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때 불과 40㎞ 떨어진 경기 장호원의 강수량은 66㎜에 불과했다. 서울 안에서도 불과 몇 ㎞ 떨어진 지점인데도 강수량 편차가 컸다. 1988년부터 전국 500개 지점에 생긴 자동관측장비(AWS)가 주는 착시효과도 있다. 그동안 포착되지 않던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가 발견되는 것이다.


한해 비가 여름에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원래 한반도는 몬순(계절풍) 지대에 속해서 한해 비의 3분의 2가 여름에 내린다. 서울의 여름철 강수량이 10년마다 17.4㎜ 늘어나는 등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장마가 끝난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내리는 집중호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장마가 끝난 뒤에도 비가 많이 내리므로 ‘우기’라는 말을 쓰자는 의견이 기상학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며 “이런 이유로 2009년부터 ‘장마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난다’는 장마예보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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