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송말2리에서는 수구막이와 함께 연못을 만들어 번영 등 상서로운 기운이 마을에 머물도록 했다.
이야기가 있는 한국의 숲 ⑦ 마을을 감싸 안은 전통마을숲
전형적 수구막이…논의 수분증발 억제
주민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
전형적 수구막이…논의 수분증발 억제
주민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
이천 송말숲
마을숲은 전통이 가장 오랜 인공림이다. 토착신앙과 풍수, 유교 등 우리의 전통문화가 녹아 있어 고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경관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동네에 있던 마을숲은 급격한 도시화와 토지 사유화, 관리 부재, 지나친 이용 등에 따라 사라지고 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곳도 쇠퇴현상이 심각하다. 전국에 약 1000곳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마을숲 가운데 대표적인 4곳을 지난달 31~이달 1일 ‘생명의 숲’ 마을숲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답사했다.
두 아름이 넘을 듯한 느티나무 거목들이 줄지어 늘어선 숲 속은 어둑했다. 숲을 넘어가면 너른 들판과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숲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숲은 마을의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있었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송말2리에 있는 송말숲(연당숲)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던 임내신이 1520년 낙향해 이룬 풍천 임씨 집성촌에서 조성한 마을숲으로, 전형적인 수구막이로 꼽힌다. 원적산 줄기가 양쪽으로 뻗어 내려 마을을 감싸 안는 지형인데, 마을 앞쪽에 시냇물이 흘러나가는 터진 곳(수구)에 마을숲을 만들어 양쪽 산줄기와 연결했다.
수구막이를 한 이유에 대해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풍수이론에 따른 것이지만 마을을 안온하고 정서적으로 편하게 만들며, 밖으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는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수이론에서 수구란 단지 물이 흘러나가는 곳이 아니라 번영, 다산, 풍요 등의 기운이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송말2리에는 수구막이와 함께 연못을 만들어 이런 상서로운 기운이 마을에 머물도록 했다.
이 마을은 산자락에 에워싸인 모습이 풍수지리상 물 위에 연꽃이 피어 있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형국인데, 이를 완성하기 위해 트인 곳을 마을숲으로 막은 것이다.
송말숲은 수구막이의 생태학적 의미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진은 마을숲 안팎의 풍향, 풍속, 온도 차이를 정밀 측정해 실제로 이 숲이 바람을 누그러뜨려주고, 봄 갈수기에는 안쪽 논의 수분 증발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마을숲은 양쪽 산자락을 잇는 생태통로 구실을 하고 있으며, 연못은 지하수위를 높여 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런 효과를 이미 체감하고 있다. 임광빈(64)씨는 “여름에는 더운 바람을 막아줘 숲 안쪽이 훨씬 시원하고 겨울엔 훨씬 포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말숲은 다른 마을숲에 닥친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도 하다. 주민들의 소중한 생활공간이던 마을숲은 외지인들이 찾는 유원지가 됐고, 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둘러쳤다. 마을숲 안에는 이천 시민들의 단체행사를 위한 무대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섰다. 400여년 동안 이어진 이 숲에는 평균 수령이 150살인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음나무 거목들이 들어서 있지만 앞으로 숲을 이어갈 후계목은 자라지 않고 있다. 주민의 노령화와 함께 외지인의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전통 마을숲은 점차 마을과 멀어지고 있다. 이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주민들은 이런 효과를 이미 체감하고 있다. 임광빈(64)씨는 “여름에는 더운 바람을 막아줘 숲 안쪽이 훨씬 시원하고 겨울엔 훨씬 포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말숲은 다른 마을숲에 닥친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기도 하다. 주민들의 소중한 생활공간이던 마을숲은 외지인들이 찾는 유원지가 됐고, 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둘러쳤다. 마을숲 안에는 이천 시민들의 단체행사를 위한 무대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섰다. 400여년 동안 이어진 이 숲에는 평균 수령이 150살인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음나무 거목들이 들어서 있지만 앞으로 숲을 이어갈 후계목은 자라지 않고 있다. 주민의 노령화와 함께 외지인의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전통 마을숲은 점차 마을과 멀어지고 있다. 이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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