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심금솔밭
논 가운데 훤칠한 소나무들이 기다란 띠를 이루며 늘어서 주변을 압도한다. 강원도 춘천시 신사우동 올미마을엔 한때 ‘춘천의 명소’로 초등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였던 심금솔밭이 있다.
여우고개·시루고개 등 산을 등지고 앉은 올미마을 앞으론 너른 벌판이 있는데, 그 끝엔 북한강과 소양강이 흐른다. 풍수지리상 이런 허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약 200년 전 조선 후기에 솔숲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으론 겨울철 북서풍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의 성격이 강하다. 문종석(48) 올미마을 이장은 “지금도 솔숲을 경계로 안쪽은 바깥보다 꽃 피는 시기가 1주일쯤 이르다”고 말했다. 현재 소나무 450여그루가 있지만, 과거엔 이보다 3배 정도 커 길이가 2㎞에 이르렀고 폭도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심금솔밭은 한국전쟁 때 군 주둔지로 징발돼 숲 가운데로 포장도로가 나고, 나중엔 개인에게 불하되면서 주택과 농경지가 야금야금 갉아먹어 크게 위축됐다. 박미호 동국대 생태환경센터 연구위원은 “음식점과 개인주택이 숲 안에 들어서고 수세가 약해지는 등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숲이 많이 나빠졌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평지에 소나무들이 띠 모양으로 서 있다 보니 가장자리의 소나무가 햇빛을 받으려고 바깥쪽으로 웃자라다 결국 쓰러지는 현상이 해마다 4~5그루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종석 이장은 “원상회복은 꿈도 못 꾼다”며 “가지치기 등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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