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일부 도로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에 대해 시종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꼼꼼히 따져 볼 대목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지난달 말 출범한 장관급 기구가 처음 수행한 업무치곤 무게중심을 잃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사능 아스팔트’의 방사능 농도 확인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첫째는 도로에서 채취한 아스콘 시료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 오염됐는지를 살핀다. 둘째는 도로에서 높이 1m 지점의 대기에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함께 방사능 의혹이 제기된 월계동 도로 두 곳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도로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도로 대부분이 ‘방사능 폐기물’로 처리돼야 할 정도로 높은 농도를 기록했다.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얘기다. 첫 번째 도로 5개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는 1그램당 22.4~29.1베크렐(㏃)의 농도를 기록했다. 원자력법상 관리 대상 기준(10㏃/g)의 2~3배에 이르는 수치다. 바닥과 대기의 방사선량률을 토대로 추정한 16개 지점의 농도도 기준치의 1.6~3.5배에 이르렀다. 다른 도로도 최대 농도가 3배를 넘어서는 등 마찬가지였다.
도로 위 1m 지점의 피폭선량을 조사한 결과, 두 도로에서 각각 시간당 최대 1.4마이크로시버트(μ㏜)와 1.9μ㏜로 측정됐다. 단기적인 인체 영향은 없지만 그렇다고 낮은 수치도 아니다. 현재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소개지역의 대기 농도는 시간당 4~5μ㏜다. 체르노빌에 출입하는 복구요원들은 연간 피폭선량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출입할 수는 없도록 하고 있다.
방사능이 측정된 월계동 도로 2곳에서 매일 하루 1시간씩 머무른다고 가정해보면, 연간 피폭선량은 각각 0.5밀리시버트(m㏜, 1.4μ㏜×1시간×365일), 0.7m㏜(1.9μ㏜×1시간×365일)가 된다. 원자력안전위는 성인의 연간 피폭선량 제한치(1m㏜)의 절반밖에 안 돼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영문도 모른 채 엑스레이(1회당 0.1m㏜) 5~7번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공중보건학적으로 보면 불특정 다수가 발암물질인 방사능에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스콘을 방사능 폐기물로 분류해 격리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는 조사 결과를 설명한 보도자료에서, 이 아스팔트가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 위원장은 “서울 한복판에 방사능 폐기물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인체 영향이 없다고만 반복하는 게 원자력안전위가 할 일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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