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방사성동위원소 업체 4615곳…‘무적 방사성물질’ 떠돈다

등록 2011-11-15 20:45

고농도 방사능이 측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277번지 도로에서 지난 4일 오전 아스팔트 철거작업을 하던 업체 직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구멍을 뚫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농도 방사능이 측정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277번지 도로에서 지난 4일 오전 아스팔트 철거작업을 하던 업체 직원들이 시료채취를 위해 구멍을 뚫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신고만으로 영업 3407곳
문 닫아도 추적 어려워
분실·도난 등 관리마저 허술
* 무적 :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
‘방사능 아스팔트’ 계기로 본 실태

전국에 국가 방사선 감시망 밖에 놓인 ‘무적 방사성물질’이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발견된 ‘방사능 아스팔트’도 이런 무적 방사성물질이 아스팔트 제조 과정에서 혼합된 것으로 보인다.

방사성물질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진단용으로 쓰이는 의료용 방사선 기기, 산업용으로 쓰이는 비파괴검사 기기 등 여러 용도로 쓰인다. 원칙적으로 모든 인공 방사성물질은 정부 당국의 감시에 따라 이동경로와 소재가 추적돼야 한다. 이런 규제 범위를 벗어나 관리되지 않는 방사선원을 무적 방사성물질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방사능 특성상 이런 무적 물질은 더 위험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돌아다니는 무적 방사성물질은 크게 세 가지다. △방사성 동위원소 사용업체의 부도·파산으로 관리 주체가 없어진 경우 △인허가 없이 장시간 방치되다가 나중에 자진신고한 경우 △방사능에 오염된 재활용 고철에서 발생되는 경우 등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15일 보도자료를 내 “국내 방사성 동위원소 업체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관리는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동위원소협회가 최근 펴낸 <2010년 방사선이용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판매·대행하는 업체와 기관은 461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08개 업체는 일정량 이상의 방사성물질을 쓰기 때문에 허가업체로 분류되고, 나머지 3407개 업체는 당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특히 2002년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진흥법’을 만든 이후 정부의 진흥 정책과 규제 완화로 매년 300~400개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동위원소 업체가 사업을 접은 뒤 방사능 기기를 방치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허가업체의 경우 분기별 관리현황을 정부에 보고하기 때문에 사후 추적이 가능하지만, 신고업체의 경우 이런 규제가 없어 부도가 나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2007년 신고 대상 업체 2352곳을 조사한 결과, 118곳이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고, 추가적인 조사를 벌인 이후에도 57곳이나 연락이 두절돼 최종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쓰인 방사능 기기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허술한 관리 때문에 방사성물질의 분실·도난도 이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방사성 동위원소의 분실·도난 사례는 모두 10건. 같은 기간 국외에서 보고된 17건의 절반을 웃돈다. 이는 업체의 자발적 신고에 기초한 통계여서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오염과 작업자 피폭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0년 대한검사기술 울산출장소에서 작업자가 비파괴검사 장비를 다루다가 방사성 이리듐 파편이 건물 내부와 작업자의 의복, 심지어 주변 도로까지 오염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번에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된 월계동 아스팔트의 경우도 방사능 장비 파손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아스팔트를 깔 때 밀도를 측정하기 위해 방사능 검사기기가 사용된다. 이때 방사능 장비가 훼손되면서 방사성물질이 아스팔트에 혼입됐다는 것이다. 사고 업체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외국에선 이런 아스팔트 밀도 측정기기의 파손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6년과 1994년 각각 1건, 2건씩 세슘137 장비가 중장비에 부딪혀 손상됐다. 캐나다핵규제위원회도 2010~11년 세슘을 이용한 밀도 측정기기가 도로공사 현장에서 파손된 사례가 20차례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10여개 업체가 세슘137을 이용하는 밀도 측정기기를 쓰고 있다. 신근정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국장은 “정부는 재활용 아스콘에 들어간 수입 고철을 의심하고 있지만, 월계동 도로가 포장된 2000년에는 재활용 아스콘이 본격적으로 쓰이지 않던 시점”이라며 “방사능 장비가 파손돼 방사성물질이 아스팔트에 혼입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방사능 아스팔트’ 오염원 뭘까

1. 오염된 폐고철?
2. 오염된 골재?
3. 방사능기기 파손?

우리가 흔히 ‘아스팔트’라고 부르는 도로 포장재의 정식 명칭은 ‘아스콘’이다. 아스콘은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인 아스팔트에 딱딱한 물질을 넣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혼입된 걸로 추정된다. 아스콘 원료는 아스팔트 3~5%와 콘크리트, 암석의 부스러기 등 골재 95~97%로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슬래그라 불리는 폐고철 찌꺼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도로 포장재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세슘137. 원자력발전소나 각종 산업·의학용 기기에서만 쓰이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다. 아스팔트 제조공정에서 들어가지 않는 세슘137이 어떻게 섞인 걸까?

우선, 방사능에 오염된 폐고철이 섞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성물질이 함유된 고철 찌꺼기가 아스콘을 오염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는 고철을 수집해 전기로에서 녹여 재활용 철강을 만드는데, 이때 남은 고철 찌꺼기가 회수업체를 통해 슬래그라는 이름으로 아스콘 제조공정에 섞이기도 한다. 방사능 진단기기 등 방사성물질을 취급했던 철제 기기가 적절한 방사능 폐기물 처리과정 없이 폐고철 형태로 철강업체에 넘겨졌을 경우다.

둘째는 방사능에 오염된 골재가 아스콘 제조과정에 섞였을 가능성이다. 아스콘에 들어가는 골재는 천연암석이나 폐콘크리트를 부숴 만든다. 외국 핵실험 지역에서 채취한 골재가 수입돼 사용됐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가까이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의 폐콘크리트가 섞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1997년 철거된 이 원자로의 외벽 일부는 폐골재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아스콘 포장 당시 방사능 밀도 측정기기의 파손으로 일어난 방사능 오염이다. 일반적으로 도로 포장 직후 아스콘이 굳기 전에 세슘137의 감마선을 이용해 밀도를 측정하고 아메리슘241의 중성자를 이용해 수분을 측정한다. 신근정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국장은 “고속도로의 경우 높은 품질을 위해 아스콘 밀도를 측정하는데, 이때 측정기기 파손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아스콘이 재활용돼 노원구 월계동 도로 등에 다시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