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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원전 폐기정책 이끌어내 재생에너지 시대로 전환

등록 2012-01-24 20:54

 염광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염광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독일 녹색당 성장의 역사
전세계 녹색당의 ‘귀감’
생태·비폭력 이념 뿌리내려
독일 녹색당은 전세계 녹색당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80년 창당한 이래 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연방정부의 집권 여당이었으며, 탈핵 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70년대 초반부터 독일 여러 지역에서 녹색정치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그 토대는 핵발전소가 만들어줬다. 독일 정부는 70년대 초반부터 공격적인 핵발전소 확대정책을 추진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계획 발표와 부지 선정으로 지역 주민들은 자치조직을 만들어 반대투쟁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생태연구소’ 같은 독립적인 연구기관을 만들어 지역 주민을 지원했다.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은 주민들은 반핵 대표자를 지방의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선거를 활용했다. 70년대 후반 서독 전역에서 ‘환경보호 녹색’ 후보, ‘핵발전소 사양합니다’ 후보, ‘무지개’ 후보 등 서로 다른 이름의 자생적인 반핵 후보가 지방선거에 나섰다. 이들은 79년 유럽의회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단위의 단일대오를 구성했고, 이 여세를 몰아 마침내 80년 1월 카를스루에에서 생태·사회·기초민주주의·비폭력을 이념으로 ‘녹색당’을 창당했다.

창당 뒤 처음 맞이한 그해 10월 선거에서는 전국 지지율 1.5%로 5% 진입 장벽에 막혀 원내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그다음 83년 선거에서는 5.6%를 얻어 27명이 최초로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둔다. 98년 선거에서 6.7%를 득표해 4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함과 동시에 사회민주당과 연합정부 구성에 성공함으로써 독일 역사상 최초의 ‘반핵정부’가 출현하게 된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집권’ 녹색당 내부에서는 소위 ‘이상파’와 ‘현실파’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1년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은 녹색당에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를 요청했다. 현실파이며 친미 성향인 당시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를 중심으로 다수가 파병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녹색당을 떠났다. 창당 이래 내세운 비폭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가 녹색당을 도왔다. 2002년 여름 전 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드레스덴 지역의 대홍수는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다시금 일깨웠고, 녹색당은 그해 선거에서 8.6%를 득표해 사민당과 재집권에 성공했다.

2009년 선거에서 승리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은 핵발전소 수명을 평균 12년 연장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주말마다 거리로 나왔고, 녹색당 지지율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10년 말 20%를 넘어섰다. 여기에 후쿠시마 핵재앙까지 더해져, 지난해 3월 말 치러진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 역사상 최초로 녹색당 주지사가 선출됐다. 계속해서 상승하던 녹색당의 인기는 메르켈 총리의 2022년 핵폐기 결정에 녹색당이 동의하면서 사그라졌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만 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녹색당이 총리를 배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메르켈의 재빠른 수습 이후 녹색당은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역사에서 녹색당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에너지정책의 일대 전환이다. 2000년 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 2002년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원자력과 화석에너지에 기반했던 그간의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을 재생에너지로 이동시킨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선언한 2022년 핵폐기의 모태는 다름 아닌 녹색당의 2002년 원자력법 개정이며, 재생에너지법 시행으로 전력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23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염광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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