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 미달로 지난 성탄절 날 구조,
풀려난 뒤 도로 주변 맴돌다 결국 ‘로드킬’
마지막 유품, 위치 추적 장치…
너구리, 고라니 등 도로에서 삶 마감 많아 너구리 11-681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때 충남 예산군에서 구조됐습니다. 당시 몸무게 2.54㎏으로 매우 야윈 상태였죠. 개홍역에 걸렸을까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건강상의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겨울철인지라 가뜩이나 체중이 떨어지는 개체를 내보낼 수 없어 봄이나 되면 내보내자며 겨울 내내 센터에서 데리고 있었지요. 물론 하루가 다르게 건강은 회복하였지만 봄이 멀긴 멀었습니다. 긴긴 겨울이 지나가고 새 순이 살짝 올라오던 지난 3월7일 이 너구리를 야생으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우리도 못미더운 감이 있어 지피에스 추적 장치를 부착하기로 했습니다. 방사는 처음 발견한 장소에 해야 하지만 그곳은 도로에 가까와 더 교통량이 적은 곳을 골라 풀어놓았습니다.
▲ 밤에 놓아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681번입니다.
▲저기 멀리 너구리가 보이시나요? 아직 논은 겨울입니다.
▲충남 예산군 신양면 연리에 방생하였죠.
▲이 화면은 센터의 모든 데이터를 기록 보존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선을 해서 이제는 지피에스 파일을 올려 살펴볼 수 있게 되었죠. 우리가 풀어준 곳에서 한동안 방황을 하더니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풀어준 곳으로 올라 왔다가 다시 내려가더니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쪽 사면 숲에 자리를 잡습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을 오가는 모습이 불안불안했지요. 워낙 도로 교통사고가 다발하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속도로의 동남쪽에는 다리가 있었고 복서쪽에는 지하 암거 통로가 있어 그리로 이동한 듯 싶었습니다.
▲그러던 5월20일 갑자기 새벽 4시 좌표와 8시 좌표가 무려 10㎞의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4시 좌표가 하필 도로상에서 나타난 것이죠.
그후 며칠간 같은 장소에서 좌표가 계속하여 뜨는 것이 확인되었고, 불행한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이동한 장소로 판단된 지역을 찾아갔더니 그곳은 과수원에 둘러싸인 농가였지요.
▲농가 주변에서 3일간 좌표가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어찌 되었건 동물이 이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일이 정리된 후, 밤에 해당 농가를 방문하여 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주변을 수색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지요. 다만 농가에서 집을 짓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현장 작업자분들께 의문이 들어 다음날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현장을 방문하여 인수 받은 추적장치입니다.
상황을 점검해 보니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에 도로를 횡단하던 너구리가 차에 치어 죽었고, 아침 7시께 이곳을 지나던 아저씨들이 죽은 너구리를 발견하고 주워서 작업 장소까지 가지고 와서 추적 장치만 떼어낸 상황이었죠. 가져간 너구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너구리 11-681이 남긴 유일한 유품입니다.
너구리 11-681는 2011년 5월 중순께 충남 예산군 삽교면 인근에서 출생하여 어미에게서 독립한 뒤 2011년 12월25일 용동리에서 매우 체중이 줄어든 상태로 발견이 되었지요. 2012년 3월7일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다가 두 달여가 지난 뒤 차에 치어 죽었습니다. 태어난 지 만 1년, 새 삶을 얻은 지 80일만에 삶을 마친 겁니다.
비단 너구리 11-681만 그럴까요?
지난 3일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6마리의 고라니들 중 새끼 한마리를 제외한 5마리 모두가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와 다리가 부러져 안락사되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그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열심히 이용하는 우리들도 난감합니다. 그 총체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글·사진 김영준/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
[물바람숲] 김포공항 담장 너머에 숨겨진 습지가 있다
[화보] 시구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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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놓아주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681번입니다.
▲저기 멀리 너구리가 보이시나요? 아직 논은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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