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론의 생태순환농장 헤르만스도르퍼에서 돼지와 소, 닭들이 방목장에서 함께 풀을 뜯고 있다. 동물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건강하게 살아간다.
헤르만스도르퍼농장 제공
독일 뮌헨 ‘헤르만스도르퍼 농장’을 가다
동물이 자연스레 사는 법 고민
분만실·사육장·도살장 ‘한곳에’
농장 곳곳엔 조각작품도 설치
7년 순환농법 유기농 사료 쓰고
바이오가스·태양광 발전
동물이 자연스레 사는 법 고민
분만실·사육장·도살장 ‘한곳에’
농장 곳곳엔 조각작품도 설치
7년 순환농법 유기농 사료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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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서 동남쪽으로 1시간30분 정도 가면 글론이라는 지역에 ‘헤르만스도르퍼’ 농장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여느 곳과 다를 것 없는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들판에서 풀을 먹고 있던 돼지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 옆에는 닭과 소가 함께 풀을 뜯고 있었다.
면적 80㏊의 농장은 1986년 당시 유럽 최대의 소시지공장 주인인 카를 슈바이스푸르트가 회사를 팔아 만들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실용성과 아름다움’이다. 슈바이스푸르트는 1900년대 중반 미국식의 대량 육류가공 방식을 도입했지만, 숙련된 기술이 산업화한 경영에서는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과 유통업자의 압력에 끌려다닌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돼지 대량사육 농장을 방문한 그는 “돼지들이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안내를 해준 그의 며느리 구드룬 슈바이스푸르트는 “이곳에서는 돼지 새끼들이 태어나 어미 돼지와 살다 어느 정도 크면 방목장이 딸린 우리에서 닭·소들과 함께 생활한다”며 “태어나는 곳, 사육장, 도살장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이곳 생태순환농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농장에는 이를 상징하는 조각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예술공원 분위기를 풍겼다. 대량사육장에서는 돼지를 전기충격으로 마취한 뒤 0.5~1초 만에 한 마리씩 죽이고, 개중에는 마취가 안 된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돼지도 있지만, 이 농장은 도축 환경이 사뭇 다르다. 10여마리씩 친구 돼지들과 함께 도살장으로 옮겨놓은 뒤 천천히 한 마리씩 마취해 도살한다. 도살장 노동자 출신인 슈바이스푸르트는 동물이지만 어떻게 편하게 죽게 할까 고민했다. 동물들을 어울려 살게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몇해에 걸쳐 동물들을 함께 살도록 실험해보고 나서 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목장에서 돼지 똥으로 생겨난 지렁이를 닭이 잡아먹고, 닭은 돼지 몸의 기생충을 잡아준다. 돼지는 여우나 족제비가 닭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아준단다.
어미 돼지들이 새끼들과 어울려 있는 ‘신생아실’을 지나 돼지우리에 가니 돼지들이 클로버를 먹고 있었다. 구드룬은 “남편이 옛날 책에서 돼지들이 생식을 한다는 것을 찾아낸 뒤 클로버를 먹이고 있다”며 “일반 사육장에서는 돼지가 6개월 정도밖에 못 살지만 여기서는 돌잔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목 등으로 면역력이 강해져서다. 실제로 외부인이 혼자 돼지우리 안을 돌아다녀도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대형 농장에서는 가축의 면역이 약해져 감염 위험 때문에 관리인조차 사육장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돼지가 먹는 사료는 7년 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작물로 만든다. 최초 2년은 클로버를 심어 질소를 공급하고 영양분을 재생시킨 뒤 콩, 밀, 보리, 귀리 등을 해갈이를 한다. 클로버는 바이오가스 생산에도 쓰인다.
돈사 옆에는 커다란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이 붙어 있다. 농장 안에는 열병합발전기도 있고, 지붕에는 태양광발전 시설도 있다. 소시지공장과 제빵공장 등 농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모두 자가생산해서 쓴다. 빵공장에서는 제빵사들이 손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구드룬은 “밀가루도 이곳에서 직접 빻아서 쓴다”며 “기계는 손을 쉽게 하는 것이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면 기술·능력도 빼앗아간다”며 “공정 가운데 예민한 장인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 손으로 한다”고 말했다.
글론(독일)/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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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론의 생태순환농장 헤르만스도르퍼에는 동물들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과 그림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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