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매운탕집에서도 흔했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미꾸라지를 닮은 물고기는 16종이나 된다. 이들은 서로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방에 따라 다른 종류가 사는 경우가 많아, 조금 관심을 가지면 구분하기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이들 미꾸리과에 속하는 물고기 중에 ‘새코미꾸리’라는 물고기가 있다. 어릴 때 콧잔등에 하얀 선이 있어서 새의 부리, 즉 ‘새(의) 코’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새코미꾸리속에 속하는 어류는 한강과 낙동강에만 살고 있으며, 몇 년 전만 해도 1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 전북대의 김익수 교수가 한강과 낙동강의 것이 색깔과 무늬, 모양이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하고, 낙동강에 사는 것을 ‘얼룩새코미꾸리’라는 새로운 종으로 학계에 보고했다.
얼룩새코미꾸리는 미꾸리과의 물고기 중에서는 대형에 속해, 몸길이가 보통 10~15㎝ 정도 된다. 몸은 미꾸라지를 닮아서 원통 모양으로 가늘고 길다. 색깔은 노란색 바탕에 크고 작은 검은 색 점이 있는데, 몸 앞쪽에는 굵은 점, 꼬리 쪽에는 아주 작은 점이 흩어져 있다. 바로 이 색깔과 점의 크기가 한강의 새코미꾸리와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 물고기는 하천 중·상류의 자갈이 많고 고인 곳 또는 흐름이 약간 빠른 곳에서 돌에 붙어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부착조류를 먹고 산다. 산란철만 5~6월로 알려져 있을 뿐, 자세한 생태는 아직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얼룩새코미꾸리는 1960년대에는 대구의 금호강 중류에도 대량 서식하고 있었다고 하며, 10년 전만 하더라도 비교적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도 1994년 경북 안동의 길안천에서 한꺼번에 13마리나 확인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 가서 며칠을 조사해도 1마리도 발견할 수 없는 곳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영남 지방 강가에 있는 매운탕집 수족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기서도 보기 어려워졌다. 전문적인 어부의 손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흔하던 얼룩새코미꾸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데는, 수질 오염, 하천 개수, 골재 채취, 유수량 부족 등이 주 원인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얼룩새코미꾸리는 하천 바닥에 붙어 살기 때문에, 바닥에 유기물 찌꺼기가 쌓이고 녹조류가 많이 생기거나, 하천정비사업으로 하천 바닥이 평평하게 변하거나 하면 살 수 없다.
요즘 낙동강의 상류 곳곳에서는 과도한 지하수 이용 때문에 유수량이 줄어, 농번기와 갈수기에는 하천이 아예 말라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이 없는데 어떻게 물고기가 살아 갈 수 있을까? 멸종위기종 뿐만 아니라 다른 물고기들도 불안하고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채병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채병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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