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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⑦가시고기

등록 2005-08-09 16:45수정 2005-08-09 16:48

서식처 파괴에 사라지는 ‘부성애’
서식처 파괴에 사라지는 ‘부성애’
서식처 파괴에 사라지는 ‘부성애’

최근에 소설이나 영화로 유명해진 물고기들이 있다. 부성애가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가시고기나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름이 사용된 쉬리가 그들이다. 납자루떼라는 영화도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소설이나 영화 속에 실제로 그 물고기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명의를 도용당한 셈이다.

이들 물고기 중에서 가시고기는 5~6c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물고기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예전부터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들은 하천 하류의 물살이 느리고 얕으면서 수초가 있는 곳에서 산다. 산란철이 되면 수컷들은 텃세를 하기 때문에 한마리씩 따로 떨어져서 자기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러면서 수초줄기에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들고 암컷을 유인해와서 알을 낳게 하는데 이 때 암컷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알을 낳지 않고 도망간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마음에 드는 둥지를 찾게 된 암컷은 둥지 속에 들어가 알을 낳고 나면 곧장 떠난다. 아니 수컷이 쫓아낸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그 후 수컷은 둥지 속에 들어가 알을 수정시킨 뒤 둥지를 지킨다. 수컷은 둥지를 짓기 시작해서 부화한 어린 것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적어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자식 돌보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기력이 다해 죽는다.

우리나라의 가시고기는 동해로 흐르는 몇몇 하천에서만 살고 있다. 가시고기는 일본에도 있지만 거기서는 상황이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운 모양이다. 몇 해 전에 일본인 학자가 가시고기를 보고 싶다고 해 현장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가시고기를 보고 환호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필자는 강원도 남부의 동해로 흐르는 한 하천에서 해마다 가시고기가 수백 마리씩 떼지어 헤엄치는 것을 보아왔는데, 수해복구 공사로 하천이 망가진 탓에 작년에는 한 마리도 관찰하지 못했다. 경북의 송천과 강원도 삼척의 오십천, 동해시의 전천, 속초·양양 사이의 쌍천의 경우에도 하천 개수공사와 수질오염 때문에 서식처가 대부분 망가졌다. 이 곳에서도 가시고기가 언제 없어질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소설을 읽고 가시고기의 지극한 부성애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감동의 소재가 된 당사자들이 요즘처럼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쯤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필자의 욕심일까.

채병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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