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생명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252마리를 포함해 약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사는 경기 고양의 체험동물원 쥬쥬는 ‘동물원’일까?
적어도 법적으론 동물원이 아니다. 국내에서 동물원 설립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과 자연공원법, 개인 또는 민간기업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설립 근거가 있다. 즉 개인이 설립한 쥬쥬동물원은 법적으로 ‘박물관’이다.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이들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다. 생명체로서 건강과 질병, 최소한의 복지조건을 충족시킬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물원 동물에 관해서는 법률이 없고, 중앙·지방정부 모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으며, 관리 의무 역시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하나씩 따져보자. 환경부가 관리감독 기관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는 자연에 사는 동물들(wild animals)에 관한 조항이 주로 언급돼 있고, 동물원 동물(captive animals)의 경우 수출입 조건과 곰 사육 등 특정 동물에 관한 조항만 있지 관리나 보호에 관한 기준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관장하는 동물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실제 규정하는 동물은 반려동물·실험동물·농장동물이며,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조항은 전무하다. 쥬쥬동물원과 서울시 신당역 동물체험관의 동물 복지와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에 남은 동물들도 그 어떤 후속 조처도 없이 방치돼 있다. 동물원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가 자체인증제도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12명의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동물원을 방문한 뒤 동물 관리와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을 검사해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의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에 등록된 동물원은 19개이다. 지자체 동물원의 경우 이 협회에서 만든 서울특별시 동물원 관리규칙을 모태로 동물원 자체 실정에 맞게 관리 기준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원 동물의 복지에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형편이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동물원수족관협회의 자체인증제도는 매우 권위 있는 제도로 알려졌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 또한 없지 않다. 따라서 동물원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물원 동물을 동물복지법 안에서 보호동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동물원면허법(Zoo Licensing Act)이 1981년 별도로 제정됐다. 이 면허법에 따라 야생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12개월 내 7일 이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면 동물원 면허를 따야 한다. 관리 기준이 동물복지에 부적합하거나 동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할 경우 면허는 발급되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민영 동물원인 ‘더 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0월 부산시가 제출한 ‘동물원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협약은 사업자가 준공시점에서 3년 이내 동물원 매수를 시에 요청하면 500억원 범위 내에서 시가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되어 운영이 어려우면 시가 매입해준다는 내용이니 애초부터 특혜논란이 있었다. 심의 과정에서도 시공사의 규모를 들어 동물원의 적자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경매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면 동물복지의 길은 요원하다. 체험관과 동물쇼 등 상업적 상품이 유행하게 되고, 반대로 부도가 나서 방치된다면 ‘제2의 드림랜드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동물원 가이드라인과 법률 등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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