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 환경재단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요시오카 타츠야 일본 피스보트 대표(앞줄 오른쪽 셋째) 등 ‘2012 피스 앤 그린 보트’ 참가자들이 9일 오후 일본 하카타 시내에서 원전 반대를 외치며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하카타/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일 시민 920여명 교류 방문
‘피스 보트’ 920여명 탈원전 항해
활성단층 논란에도 일본 유일 가동
후쿠시마 인근 지진에 순간 술렁
“지역경제 무너질까봐 반대도 못해”
‘피스 보트’ 920여명 탈원전 항해
활성단층 논란에도 일본 유일 가동
후쿠시마 인근 지진에 순간 술렁
“지역경제 무너질까봐 반대도 못해”
일본 후쿠이 현 오바마 시 주민 니시노 히카루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서쪽 바다를 향해 합장을 한다. 집에서 10㎞ 떨어진 오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를 일으켜 대대로 살아온 그의 고향과 가족을 앗아가지 말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날씨가 바뀌는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이 원전의 영향은 30분이면 그의 집에 도달한다.
한국과 일본 시민 920여명이 8박9일 동안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오이 원전 등 두 나라의 원전 지역을 방문해 주민과 교류하면서 ‘탈 원전’의 미래를 토론했다. 환경재단과 일본 엔지오 피스보트가 주관한 ‘피스 앤 그린 보트’는 지난 7일 니시노의 안내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오이 원전을 찾았다.
오이 원전 단지에는 고리에서 본 낯익은 둥근 돔 모양의 격납용기 4개가 바닷가에 서 있었다. 이 가운데 2기가 꺼져가는 일본 원전 산업의 마지막 불씨인 셈이다.
이 원전 단지 한 가운데에서 지층이 띠 모양으로 깨진 파쇄대가 발견돼 활성단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바로 옆 쓰루가 원전 아래에서는 활성단층이 발견됐다.
이날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요시오카 타츠야 피스보트 공동대표는 양국 시민의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쓰루가 시를 방문했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활성단층이 발견되자 어렵게 확보한 굴업도 핵폐기물 처분장 터를 포기한 적이 있는데, 큰 사고를 겪은 나라가 원전 가동을 강행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따졌다. 키무라 마나부 부시장은 “발전소 쪽은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 가동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에서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했던 고토 마사시 박사는 “불확실성이 있다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원전 가동을 멈추는 것이 후쿠시마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다. 만일 오이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100㎞ 안쪽에 위치한 교토 등 관서지방 대도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이 원전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후쿠시마에서 가까운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뜻밖에 현지 주민은 담담했고, 한국 참가자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잇달았다.
오이 원전이 위치한 와카사 만은 ‘원전 긴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긴자’는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이름이다. 고속증식로 몬주를 비롯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15기의 원전이 여기에 몰려있다. 하지만 지역경제에서 비중이 큰 원전을 없애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정부의 보조금(교부금)과 세금뿐 아니라 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원전 자금이 지역사회에 들어온다. 쓰루가시의 원전 교부금은 연간 약 23억엔(약 300억원에 해당)으로 시 수입의 10%를 차지한다.
메이츠 절 주지 미야자키 지쿠는 “원전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자리와 인간관계 단절의 공포를 이길 지역 발전 정책이 보이지 않아 주민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쓰루가·오바마(일본)/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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