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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표토 유실’ 몸살 앓는 국토

등록 2013-01-14 20:30수정 2013-01-14 22:11

전국의 표토 침식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표토 침식이 심각한 지역이다.
전국의 표토 침식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표토 침식이 심각한 지역이다.
환경부 침식량 예비조사 결과
전체 국토 면적의 30%에서
㏊당 연평균 33t 넘게 유실

강원·전남·경남 가장 심각
유실량 50t 넘는 면적이 1/4

막개발·집중호우 등 영향
‘표토보전 5개년 계획’ 마련
토양 침식방지책 수립 나서

지표에서 약 30㎝ 깊이까지의 토양층인 표토는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저장하고 공급할 뿐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등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표토의 기능 가운데 농작물과 수목의 생산성과 직접 관련 없는 환경적 기능은 충분한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환경부조차 최근까지도 유류 성분을 포함한 유해물질에 오염되면 정화해야 하는 대상이거나, 하천과 호소에 유입되면 수질을 악화시키는 비점오염원이라는 개념으로 표토에 접근해 왔다. 이처럼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표토는 무분별한 개발과 과도한 토지 이용, 점점 강력해지는 여름철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유실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국내의 표토 유실 현황은 환경부가 ‘표토보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에 앞서 진행한 전국 표토 침식량 예비조사를 통해 피상적으로나마 일부 드러났다. 환경부가 강원대 지역건설공학과 임경재 교수 연구팀에 맡겨 조사한 예비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국토의 30%가량에서 헥타르(㏊)당 연평균 33t이 넘는 표토가 유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토양 침식등급 중 최고 등급인 ‘매우 심함’ 등급에 해당하는 것이다.

임 교수팀이 미국 농무국에서 개발한 표토유실평가모형인 유에스엘이(USLE) 모델과 국립지리원의 지리 정보를 활용해 가로세로 10m 단위로 전국의 표토 유실량을 평가해 본 결과, 헥타르당 연평균 유실량이 50t을 초과하는 지역이 전 국토의 20%에 육박했다.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표토 유실에 취약한 곳은 고랭지 등 경사도가 심한 경작지가 많은 강원도로, 헥타르당 연평균 유실량이 50t을 넘는 면적이 25.53%였으며, 전남도가 25%, 경남도가 24.19%로 뒤를 이었다. 4대강 수계별로 보면, 섬진·영산강과 한강 수계가 헥타르당 연평균 유실량이 50t을 넘는 면적 비율이 각각 24.5%, 23.25%로 높았고, 낙동강과 금강 수계는 16.22%와 17.7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과수원, 나지, 논, 도시, 밭, 산림, 습지, 초지 등 토지 이용별 상위 10%와 50%(중앙값) 표토 침식량을 보면, 표면이 식생으로 덮여 있지 않은 나지가 헥타르당 연평균 999.34t과 45.36t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논은 표토 침식량이 각각 12.96t과 0.01t에 불과해, 표토 보전 측면에서 가장 친환경적 토지 이용 형태로 확인됐다. 이는 논에서는 표토가 논둑을 통해 관리되면서 집중호우 때도 물꼬를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유실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우리 국토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산림은 각각 61.49t, 22.08t이었으며, 밭은 275.34t, 33.25t으로 조사됐다.

임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는 강우 형태, 토양 특성, 경사도, 피복도 등 토양 유실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인자를 고려한 컴퓨터 분석 결과여서, 좀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예비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표토보전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워 14일 발표했다. 환경부의 이날 발표는 정부가 표토의 환경적 가치와 기능을 중시해, ‘오염토양의 정화’에 중심을 두었던 토양 환경정책을 ‘자원으로서 토양의 적극적 보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환경부는 우선 예비조사에서 연평균 표토 유실량이 헥타르당 50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 가운데 특히 유실에 취약한 지역을 골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현장 실측조사에 들어가고, 이를 통해 토양 침식방지 대책 수립과 전국의 표토 침식 현황도 작성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황조사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기상예측모델을 연계한 토양침식 예측·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목표로 잡고 있다.

주대영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표토 자체를 자원으로 관리하는 종합적 대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앞으로 표토 유실로 인한 흙탕물 발생이 억제되는 데 따른 수질개선 비용과 준설 비용 절감, 토양 탄소저장 능력이 늘어나는 데 따른 기후변화 완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미생물의 터전’ 표토 30cm 만들어지는 데 1천~1만년

토양은 일반적으로 암석 조각, 모래, 진흙 등을 포함하는 광물 입자와 동식물의 사체인 유기물, 물, 공기 등으로 구성된다. 토양 가운데 특히 지표면에 있는 표토에는 유기물이 분해돼 만들어진 부식토 성분이 많다.

과학자들은 비옥한 표토 1㎏은 30%가량의 유기물 성분을 지니고 있는데, 이 속에는 동식물의 사체 이외에 2조개가량의 박테리아, 4억개의 균류, 5000만개의 조류, 3000만개의 원생동물, 지렁이와 다양한 곤충을 포함해 원생동물보다 크기가 큰 수천개의 생명체도 들어 있다고 한다. 생태계 유지에 없어선 안 되는 미생물들의 생활 터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

표토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부식토다. 부식토는 생태계의 1차 생산자인 식물에 양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가 온 뒤면 물을 빨아들여 부풀어 올랐다가 서서히 수분을 내보내는 과정을 통해 토양 속으로 공기를 빨아들여 토양이 숨을 쉬게 만든다. 토양에서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토양 입자들 사이의 간격이 느슨해져서 식물이 뿌리를 쉽게 뻗고 잘 생장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가 2010년 토양·지하수 경제가치 평가를 위해 실시한 한 연구는 표토가 함유된 미생물들의 분해작용을 통한 오염물질 정화, 헥타르(㏊)당 최대 88t의 유기탄소 저장, 대기 냉각 작용 등 물질 순환과 환경적 순기능으로만 약 26조4000억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태승 국립환경과학원 토양지하수연구과장은 “30㎝의 표토가 만들어지려면 통상 1000~1만년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1~2년 만에 유실돼버린다. ‘흙’을 유한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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