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는 가시고기만 있는게 아니다
부성애는 가시고기만 있는게 아니다
일반인들은 이름조차 잘 모르는 생물들도 많다.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 둘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그것이 자연적 원인 탓이 아니라 사람의 행위 때문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그 화가 사람에게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고기 중에도 이름이 낯선 것이 많다. 한둑중개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이 물고기는 15㎝ 정도까지 자라 우리나라 민물고기로는 중형에 속한다. 영어 이름(Tuman river sculpin)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만강에서 처음 발견됐고 연해주, 동해 연안의 하천, 일본의 북부에 걸쳐 산다. 한반도 남쪽으로는 영덕이나 포항 근처까지 내려와 산다고 하지만 필자는 경주의 대종천에서도 한둑중개를 확인한 바 있다.
한둑중개는 하천 하류 유속이 빠른 여울부의 돌이 많은 곳에서 주로 수서곤충을 먹고 산다. 산란철은 3~6월께이며, 하천 가장자리의 깊이 20~40㎝ 정도 되는 곳에서 큰 돌 밑에 알을 덩어리로 붙인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알낳기에 적당한 돌을 골라 세력권을 형성하고 지키면서 암컷이 산란하게 한다. 그러고는 다른 물고기의 접근을 막으면서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물고기 중에 수컷이 산란할 둥지를 조성하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보호하는 본능을 가진 것이 많다. 한둑중개를 비롯해 망둥어류, 동사리, 심지어는 포악하다고 알려진 블루길과 가물치까지도 그런 본능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부성애는 가시고기만이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하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돌이 많고 수온이 낮은 곳을 좋아하는 한둑중개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되고 있다. 하천의 수온이 낮아지려면 주변에 삼림이 우거지고 가장자리에 수변식물이 잘 자라서 물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무가 남벌돼 오히려 수온이 올라가고 있다. 또한 자갈과 돌이 많은 곳은 인간들이 골재 채취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곳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동해로 흐르는 하천들 가운데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때문에 물이 흐르지 않는 곳까지 많아졌으니 한둑중개는 어디로 가야 할까?
비록 작고 별 이용가치도 없어 보이는 물고기이지만 이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둑중개라는 물고기를 알게 되고 그들의 처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채병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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