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유럽 ‘배출권 거래제’ 위기, 반면교사로

등록 2013-07-09 20:06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온실가스 배출권 과잉 공급으로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제를 구하기 위한 이른바 ‘백로딩(backloading) 계획’이 지난 3일 유럽의회를 가까스로 통과됐다. 백로딩 계획의 핵심은 2013~2015년 산업체에 공급하려던 배출권 9억t의 할당을 연기했다가, 시장 상황을 봐가며 2020년까지 다시 공급하는 것이다. 같은 계획이 지난 4월 유럽의회 표결에서 부결된 직후 배출권 가격은 사상 최저인 배출권 1t당 2.7유로까지 폭락해, 배출권 거래제가 붕괴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과 같은 온실가스 대량 배출자들에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배출권을 할당해 준 뒤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의 공급량을 점차 줄이면서 배출권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이를 통해 산업체들이 배출권 확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든 배출권을 남겨 수익을 얻기 위해서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이 충분히 높아야만 한다.

유럽 배출권 거래제의 위기는 배출권 과잉 할당과 경기 침체의 영향이 겹쳐 이런 메커니즘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배출량 상한선이 높게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 산업 활동이 위축되자 대부분의 산업체들은 특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도 상한선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결국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수요가 실종되면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제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까지 이어지려면 배출권 가격이 30유로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백로딩 계획에 이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과잉 배출권 9억t을 영구 소각하는 것도 아니고 공급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배출권 가격을 2~3유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전부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배출량 상한선을 낮춰 배출권 할당량을 대폭 줄이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는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아예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배출권 거래제를 폐기할 때’(Time to scrap the ETS) 캠페인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다른 실질적인 감축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하는 우리나라의 처지에서 유럽 배출권 거래제의 위기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우리의 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 주장에 밀려 2017년까지 배출권을 전량 무상할당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배출량 상한선을 단단히 조이지 않고서는 유럽 탄소시장과 같은 과잉 공급의 부작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온실가스 배출권 시행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이 유럽이 보여주고 있는 교훈을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하다.

김정수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하태경 “남재준, 군인과 국정원장 구분 못해”
‘수컷’ 리얼 예능이 보여주는 병영국가의 민낯, ‘진짜 사나이’
858억짜리 월미은하레일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용도 폐기
“탈출 위해 기장이 도끼로 슬라이드 터뜨렸다”…숨막혔던 탈출 상황
[화보] 아시아나 항공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현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