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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세율 낮춰 부담 최소화…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은 의문

등록 2013-07-09 20:10수정 2013-07-09 20:58

지구촌 최대의 환경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에너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부과된다. 사진은 화석에너지 가운데서도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지구촌 최대의 환경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탄소세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에너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부과된다. 사진은 화석에너지 가운데서도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을 연료로 쓰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지구와 환경] 탄소세 입법화 잰걸음
매일 10ℓ, 한 달에 300ℓ를 주유하는
운전자가 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한 달에 2010원꼴

원자력 발전이 상대적으로
이점을 누리게 되고
소득 역진성 등의 문제가 발생
탄소세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세’ 도입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진보정당 의원들이 경쟁하듯 잇따라 탄소세 관련 법안을 꺼내놓으면서 연구·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던 탄소세 논의가 입법화 논의 단계로 진입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겠다?”

탄소세는 배출권 거래제와 함께 정부의 직접 규제 대신 시장과 가격 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배출권 거래제와 달리 복잡한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단순해 유럽 여러나라를 중심으로 배출권 거래제에 앞서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탄소세 논의는 최근까지 전문가들의 연구·검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논문과 보고서들은 쌓여갔지만 구체적인 입법화 시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조세연구원을 시켜 2008년과 2010년에 탄소세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2012년 12월 탄소세 도입 등 에너지세제 개편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내놨을 뿐이다.

탄소세 논의가 쉽게 표면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 폭발력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 활동은 많건 적건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을 매겨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과정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에 비용 상승을 요구하게 된다. 납세자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런 일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심상정 의원(진보정의당)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며 나섰다. 심 의원은 지난달 27일 석유류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의 제조·수입자에게 제품 단위당(유류는 ℓ, 가스와 석탄은 ㎏) 3.3~9.5원,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 ㎾h당 1.4원을 과세하는 탄소세 법안을 내놓고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박원석 의원(진보정의당)이 발의한 ‘기후정의세’ 법안도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탄소세 법안이다. 원자력 발전에 핵연료세를 내도록 한 부분이 다를 뿐이다.

여야 한목소리 “통과 가능할 것”

심 의원이 제안한 탄소세 법안을 놓고 열린 입법 공청회는 많은 나라에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돼 온 탄소세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으로 전개됐다.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합리적인 법”이라며 “이 정도라면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의 우윤근 의원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으면 19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호응했다. 관련 정부 부처, 산업계, 시민단체에서 참석한 나머지 토론자들 사이에도 논쟁은 없었다.

심 의원의 탄소세 입법 공청회가 예상과 달리 조용하게 진행됐던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세 부과 세율이 누구도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낮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심 의원의 탄소세 법안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차량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휘발유에는 ℓ당 6.7원, 경유에는 ℓ당 8.2원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이 탄소세는 2008~2012년 평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적정가격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매일 10ℓ, 한 달에 300ℓ의 휘발유를 주유하는 운전자가 탄소세 도입 뒤 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한 달에 2010원꼴이다.

심 의원은 공청회에서 “탄소세 도입은 경제의 충격과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 단계에서는 더 낮게 적용하고 점차 인상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제 탄소세와 관련해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낮은 세율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탄소세의 근본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냐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조세 저항을 감안해서 아주 낮은 세율로 부과하면 상징적 의미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생각할 때 탄소세보다 시급한 것은 전기요금을 정상화해 산업계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나온 정부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 정책관은 “국민 부담 최소화도 바람직하지만 정책의 효과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나중에 세율을 인상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며 부가가치세를 처음에 10%로 설정한 이후로 한 번도 인상하지 못한 사례를 들었다.

탄소세 근본 취지 충분히 고려돼야

최근 여건을 고려하면 탄소세 입법화가 예상 외의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의 감축 목표 이행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2015년 무상할당으로 시작하는 배출권 거래제를 보완할 추가적인 감축 수단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가 2015년 말 없어진다는 점도 탄소세 논의에 긍정적 요소다. ‘증세 없는 복지 지출’의 원칙을 내건 박근혜 정부로서도 탄소세 입법화 논의는 내심 반가울 일이다. 탄소세로 확보한 재원의 주 사용처가 될 기후변화 적응,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등을 모두 복지 지출로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휩싸여 탄소세 법안이 졸속 논의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안병옥 소장은 “탄소세 논의는 노동에 대한 ‘어닝택스’를 줄이고 에너지를 태워 소비하는 데 대한 ‘버닝택스’를 늘려나가는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이 상대적으로 이점을 누리게 되는 부분과 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데 따른 소득 역진성 등의 문제가 충분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도 “탄소세의 가장 큰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이고, 이것이 가격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하는데 낮은 세율을 적용해 제도 도입만 서두른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탄소세의 성격과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 탄소세 시행 외국은

1990년 핀란드 필두로 유럽 확산
스웨덴·덴마크 등에서 성과 뚜렷

탄소세의 역사는 20년이 지났다. 1990년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것을 신호로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뒤따르기 시작해 현재는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아일랜드 등에서도 탄소세나 탄소세 성격의 세제를 운용하고 있다.

1992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신재생에너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원에 대해 탄소세 도입을 제안하면서 유럽연합 전체 차원의 탄소세 도입도 시도됐다. 하지만 이 논의는 산업 발달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서 경제 발전에 부담이 된다는 논리로 반대하면서 더 진전되지 못하고 개별 국가 차원에서 도입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유럽에서 탄소세는 온실가스 감축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1년 ‘탄소세 도입 에너지세 개편 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스웨덴에서는 1990~2006년에 탄소세 부과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9% 줄어들면서도,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4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에서는 1993~2000년 7년 동안 산업부문의 이산화탄소 집약도가 5%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는데, 이 가운데 최소 10%는 탄소세의 효과로 분석됐다.

유럽 이외의 나라 가운데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지난해 7월 탄소세 시행국 대열에 합류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화석에너지를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탄소세와 달리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체를 주대상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탄소세 도입을 통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억59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산업 피해와 생활비 상승을 들어 탄소세 도입에 반대해온 야권이 오는 9월 총선에서 집권하면 탄소세 폐지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어 안착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일부 주정부 차원에서 탄소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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