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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전국서 구조된 수달 13마리, 새 집이 맘에 드니?

등록 2013-10-15 18:46수정 2013-10-16 15:26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파로호변의 한국수달연구센터에 있는 수달의 모습. 대부분 생후 3개월 이전에 어미를 잃은 후 구조된 수달 13마리가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제공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파로호변의 한국수달연구센터에 있는 수달의 모습. 대부분 생후 3개월 이전에 어미를 잃은 후 구조된 수달 13마리가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 제공
[지구와 환경] 강원 화천 ‘한국 수달 연구센터’
수달은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종보존위원회(SSC)는 수달을 인위적 방해가 없고, 오염 없이 깨끗하고, 먹이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해양·강·호수·늪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건강한 물환경의 지표종’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수생태계에 수달이 잘 자리잡고 있느냐 아니냐가 그 수생태계가 건강하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구 수생태계의 위기를 상징하듯 전세계 수달 13종 가운데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작은발톱수달을 제외한 12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적용 대상이다. 하천 수질 오염과 개발사업들에 의한 서식환경 파괴, 밀렵 등이 이들을 멸종 위협으로 몰고 있는 주요인이다. 13종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유라시아수달 한 종이 서식한다. 이 수달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1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엄격히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사육하며 연구할 수 있는 곳은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 강원도 화천의 한국수달연구센터(소장 한성용) 등 세 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파로호변에 문을 연 한국수달연구센터는 1998년 경남대의 수달생태연구소에서 출발해, 수달만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기관이라는 점에서 한국 수달 보전·연구의 ‘메카’라 할 만하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에 2004년부터 화천군 지원으로 설립·운영돼 온 연구센터를 이전해 늘린 것이다. 매년 겨울 열리는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화천군은 수달을 깨끗한 화천의 자연을 상징하는 동물로 삼기 위해 한국수달보호협회의 연구센터를 유치하고, 2007년에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수달총회를 개최하는 등 수달 연구를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새파란 파로호가 그림같이 펼쳐진 호숫가에 자리잡은 연구센터는 6만여평 터에 전시·세미나·회의시설 등을 갖춘 연구동과 수달생태공원을 갖추고 있다. 생태공원에 다양한 형태로 설치된 6개의 수달사와 아기 수달을 위한 실내 보호시설 등에는 현재 13마리의 수달이 치료, 야생 복원 준비, 생태 연구 등의 목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생태공원의 수달사들은 일반인이 수달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꾸며놓고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다치거나 어미를 잃은 수달을 전국의 야생동물 보호 단체와 협력해 구조한 뒤 회복시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달 생태 교육, 수달을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증식 연구 등의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 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센터는 이런 목표에 따라 현재 보호하고 있는 수달 13마리 가운데 건강 상태가 좋고 야생 적능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두 마리를 이달 중 북한강 최상류 지역을 통해 자연 속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수달이 자연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수달생태공원을 연구동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수달생태공원을 연구동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
수달생태공원 복합형 수달사의 연못에서 놀던 수달 한 마리가 수달 배설물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경희대 생물학과 석사과정 노은영(25)씨를 쳐다보고 있다.
수달생태공원 복합형 수달사의 연못에서 놀던 수달 한 마리가 수달 배설물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경희대 생물학과 석사과정 노은영(25)씨를 쳐다보고 있다.

경남대 연구소로 출발해 25년
국내 유일한 수달전문기관
파로호변 이사와 무료 개방도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수달
야생 방사뒤 사고당할까 걱정”

센터에서 보호중인 수달 13마리 가운데 12마리는 생후 3개월 이전에 어미를 잃어버려 미아가 됐거나 개에게 물린 채 사람에게 발견돼 센터로 왔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연구원들이 우유를 먹여가며 키우다보니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 연구원들의 고민이다. 생태공원 맨 아래쪽에 있는 복합형 수달사의 주인인 암컷 수달 한 마리가 그런 사례다. 이 수달은 2011년 여름 충남 당진에서 주인을 따라 산책에 나섰던 반려견이 하천가에서 물고 나온 상태로 구조돼 거례분교에 있던 연구센터로 옮겨진 뒤 센터에서 우유를 먹여 키워냈다. 그러다보니 연구원을 마치 어미처럼 따르고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연구센터 최준우 연구원은 “이런 수달은 내보내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이 활동하는 곳으로 접근하다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고, 먹이를 획득할 능력도 떨어져 도태될 가능성도 높다. 그런 경우는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지 못하고 계속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달은 낮에는 은신처에 머물다가 해가 진 이후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사람들이 관찰하기 쉽지 않다. 수달 집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설계돼 항상 수달 관찰이 가능한 복합형 수달사를 뺀 나머지 수달사의 수달들은 대부분 연구원들이 먹이를 주는 오후 4~5시께나 돼야 은신처에서 나온다. 센터에서 수달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이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는 수족관형 수달사에서 물속을 유연하게 헤엄치는 수달이나, 외부로 연결된 물탱크까지 나와 연구원들이 넣어준 미꾸라지를 신나게 잡아먹는 수달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화천/글ㆍ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강원도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수달 한 마리가 생태공원의 수달사 외부로 이어진 수족관으로 헤엄쳐 들어와 그 안에 연구원들이 넣어준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있다.
강원도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수달 한 마리가 생태공원의 수달사 외부로 이어진 수족관으로 헤엄쳐 들어와 그 안에 연구원들이 넣어준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있다.

>>> 유라시아수달은

4대강 사업 등 하천 정비로
멸종위기 한발짝 더 떠밀려

지구상의 수달 13종 가운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유라시아수달은 다 자라면 몸길이가 꼬리를 포함해 최대 1.3m에 이른다. 수달은 머리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귀와 물속에서 물고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뻣뻣하고 긴 수염을 가지고 있다. 메기나 붕어 같은 물고기는 물론 가재·게와 같은 갑각류, 개구리 등을 잡아서는 강한 턱과 이빨로 뼈째 씹어먹는 먹성을 자랑한다.

4개의 다리는 배가 바닥에 거의 닿을 정도로 짧아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5개의 발가락 사이에 난 물갈퀴와 힘있는 긴 꼬리 덕분에 물속에서는 마치 물고기처럼 빠르고 유연하게 헤엄칠 수 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습성 때문에 수달은 포유동물 가운데 특히 보온과 방수 능력이 뛰어난 털과 가죽을 지니게 됐다. 수달 모피의 이런 우수성이 수달을 주요 밀렵 대상으로 만들어 멸종위기까지 몰고 온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수달이 물속 활동에 잘 적응돼 있는 포유동물이기는 하지만 물속에 서식하는 동물은 아니다. 특히 어린 수달을 구조해 물통에 넣어놓는 것은 오히려 수달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수달보호협회의 설명이다.

수달은 태어나서 약 1년 동안 어미와 함께 살며, 수영하는 법, 물고기 사냥하는 법 등을 배우는 교육 기간을 거쳐 독립한다. 이 기간에 어미를 잃게 되면 생존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도태되거나 들고양이나 너구리 등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대부분의 포유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자연 상태에서 수달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개체수가 워낙 적은데다, 물고기나 먹잇감 사냥까지도 거의 밤에 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수달은 직접 집을 만드는 대신 하천가에서 큰 나무뿌리 사이의 구멍이나 바위 틈새와 같은 곳을 찾아 보금자리로 삼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하천정비사업을 벌여 하천변을 말끔하게 정리한 것은 이들이 은신처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해 멸종위기로 한 발 더 떠민 셈이다.

글ㆍ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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