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 재앙’ <상>
공중을 떠도는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하는 사례가 잦아진 탓이다. 미세먼지는 폐를 비롯한 호흡기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는 탓에 환경 분야에서 주요한 관리 대상이다. 미세먼지 오염의 실태와 전망, 중국발 스모그 해결을 위한 한·중 환경협력의 현주소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
서울의 지름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미세먼지(PM10) 오염도는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 지난해에는 1㎥ 당 연평균 41㎍(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까지 내려갔다. 2002년 연 평균 농도 76㎍의 거의 절반이다.
환경부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2010년부터 대기환경기준(연 평균 50㎍/㎥) 안에 들어간 것을 꾸준한 대기질 개선 노력의 성과로 자평한다. 하지만 선진국 주요 대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환경기준 충족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런던, 파리, 도쿄의 2011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당 각각 31㎍, 27㎍, 21㎍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 평균 권고기준은 20㎍/㎥이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995년 대기환경기준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이미 환경기준에 도달했다. 그해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78㎍/㎥였으나, 환경기준은 그보다 높은 80㎍/㎥으로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대기환경기준이 70㎍/㎥으로 강화됐을 때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4년째 70㎍/㎥ 밑에 있던 때다.
미세먼지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한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에 대해서는 아직 환경기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2015년부터 적용될 초미세먼지 기준(24시간 평균 50㎍/㎥ㆍ연평균 25㎍/㎥)도 선진국들에 견줘 느슨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은 우리의 절반 수준인 25㎍/㎥ㆍ10㎍/㎥, 미국과 일본은 35㎍/㎥ㆍ15㎍/㎥이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정부가 목표 달성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잡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건강에 끼치는 피해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환경기준 못지 않게 최근처럼 가끔씩 나타나는 일시적 고농도 사례가 중요하다. 환경부 집계를 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수도권에서 미세먼지가 24시간 대기환경 기준치인 100㎍/㎥을 12시간 이상 연속 초과한 사례는 모두 19번 발생했다. 지난 3년간 평균 발생 횟수(8.3회)의 두 배가 넘고, 지난해(3회)와 비교하면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80㎍/㎥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는 환경부가 노약자들에게 장시간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수준이다.
이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대해 홍유덕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스모그와 국내에서 자체 배출된 오염물질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된 것으로 분석한다”며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을 지목했다.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이 한국까지 날아와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한ㆍ중ㆍ일 세 나라 국립연구기관의 일치된 분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을 비롯한 한ㆍ중ㆍ일 환경 관련 국립연구기관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에 대한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에 매년 떨어지는 황의 28.7%와 질산염의 57.8%가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결론에 합의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대기중 미세먼지에서의 중국발 미세먼지 비중이 30~50%에 이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1조7500억위안(약 304조원)을 투입하는 대기오염 방지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스모그가 사망률을 높이고, 생식 능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런 한 편에서는 앞으로 5~10년 이내에 대기오염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솔직한 이야기도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국민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매년 겨울철 수시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스모그 피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중국발 스모그 속 미세먼지에는 건강에 특히 유해한 초미세먼지 비중이 높아서 더 문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에는 초미세먼지가 절반 가량 포함돼 있는데,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이 컸던 지난달 29일 수도권 미세먼지 속의 초미세먼지 비중은 85%였다. 지난 7월25~26일에 중국 영향을 받은 백령도의 미세먼지 속 초미세먼지 농도는 91%나 됐다. 중금속 성분도 더 많이 함유돼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지난달 29일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평소 농도보다 2~3배 가량 높아졌던 미세먼지 속에는 환경기준을 넘진 않았지만 납이 평소보다 8배, 비소는 3배 많이 검출됐다.
정복영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허용기준을 높이고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 평시 농도를 낮춰 국외 영향과의 상승 효과를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효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국립환경과학원, 기상청과 공조해 내년 2월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예보제를 본격 시행하기 위한 준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운 만큼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미리 국민들에게 알려 자구책을 강구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미세먼지 예보제 본격 시행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8월 수도권부터 시작한 미세먼지 시범 예보는 별도 전담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환경과학원 연구자 3명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작부터 예보의 품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인체 유해성이 특히 높은 초미세먼지에 대한 본격 예보는 환경기준이 적용되는 2015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그 때까지 국민들은 미세먼지 농도 발표로 미뤄 초미세먼지 수치를 짐작만 해야할 판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머리카락 40분의 1’ 먼지, 혈관 속까지 침투
초미세먼지의 위험성 동맥경화·폐암 등 질환도 유발
미세먼지는 호흡 곤란, 폐기능 감소, 천식, 기관지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과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증상을 나쁘게 한다. 특히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폐 속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고, 일부는 혈관 속까지 침투해 심혈관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하대 의대 임종한 교수는 “머리카락 직경의 40분의 1보다도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 속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할 뿐 아니라 모세 혈관을 통해서 바로 혈액 속에 섞여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혈관 속에 들어가면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면서 응고되기 쉬워져, 동맥경화를 비롯한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 발생이나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의 미세먼지와 사망률 연구 결과, 서울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10㎍(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65살 이상 노인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은 0.4%씩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초미세먼지(PM2.5) 의 영향은 더 커서 10㎍/㎥ 증가할 때마다 민감집단의 사망률은 1.1%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1년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 10㎍/㎥ 증가 때 전체 연령대에서의 사망발생 위험은 0.95%, 65살 이상 연령집단에서의 심혈관계 관련 질환 사망위험은 1.75%나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세먼지는 폐암 등 암 발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엄마 뱃속 태아까지 위협한다.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 교수팀의 연구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가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5.2%에서 7.4%까지 높아지고, 임신 4~9개월 사이의 사산 위험도 8.0~13.8%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