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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선진국의 ‘탄소 전가’

등록 2014-01-21 19:45

[지구와 환경] 환경 이야기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소비재의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들로부터 수입한 것들이다.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개도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생산을 포기했거나, 더 많은 이윤을 찾아 인건비가 싸고 환경 규제가 느슨한 개도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구를 가난한 나라들 쪽으로 돌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역 흐름을 살펴보면 부유한 나라들에서 가난한 나라들 쪽으로는 대체로 서비스와 기술집약적 상품이 흘러간다. 반대 방향으로는 제조 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투입되고 유해물질이 많이 나오는 상품이 이동한다. 개도국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는 반면, 선진국들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지 않는 밑바탕에 이런 무역 구조가 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들한테 하는 이런 ‘탄소 전가’ 또는 ‘탄소 아웃소싱(외주)’을 진보적 연구자나 운동가들은 ‘탄소 세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불법적 자금을 합법적인 출처에서 나온 자금인 양 둔갑시키는 ‘돈세탁’, 환경친화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나 상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녹색 세탁’과 비슷하게 보는 것이다.

탄소 전가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기도 했다. 영국의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틴들센터는 여러 해 전 ‘중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제목의 브리핑 노트에서 중국에서 수출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나 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에선 중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15%가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개도국들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을 산업혁명 이후 누적된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논거로 활용해 온 나라들에 이런 논의가 달가울 리 없다.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국제 기후변화 협상의 기초가 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는 지금까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말 확정 발표될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는 좀 다를 모양이다. 아이피시시 제3 작업그룹은 최근 인터넷에 공개한 이 보고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 초안에서 처음으로 탄소 전가 문제를 공식화했다. 이 보고서는 “개도국들에서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서비스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며, 개도국들에서의 수입 수요 때문에 선진국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이보다 적다”고 밝혔다. 개도국에서 급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선진국 정부와 소비자들도 함께 책임을 느끼고 고민해야 할 문제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으로 국제 기후변화 협상장에서 선진국들의 선도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개도국에 대한 자금·기술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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